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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협] '한살림' 의 도농공동체 |
|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7-05-02 15:31
조회 : 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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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 공동체와 한살림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경쟁관계
농산물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린다.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면, 농민들은 좋아지고, 소비자들은 어려워진다. 반대로 가격이 내려가면, 농민들은 피해를 보고 소비자들은 이득을 본다.
도농 공동체
우리의 안정적인 먹거리와 농민들의 생활 그리고 자연을 살리기 위한 대안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와 같은 시장가격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뒤집어 놓고 생각하면 시장가격이 모든 사람들을 그렇게 구분 짓고 경쟁관계로 만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시장의 논리에 대해서 그리고, 특히 우리의 자연과 우리의 식단에 관련된 농산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생겨난 것이 이른바 80년대 도농 공동체 운동이다.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과연 바람직한가?
여기서 잠깐, 시장의 비효율성에 대해서 살펴보자. 농산물 시장에서는 파는 사람들과 사는 사람들의 의사에 의해서 농산물의 가격이 결정된다. 전체 시장에서 쌀을 팔려는 사람보다 쌀을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그런 식이다. 가격이 높다면, 그나마 도시의 빈곤한 사람들만 손해를 보고 비싼 쌀을 사먹으면 그만이지만, 만약 쌀의 가격이 낮게 결정된다면 경쟁력이 없는 농민들은 손해를 보고, 이런 손해가 누적될 경우 농촌을 떠나게 될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수입 농산물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농산물의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이농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 뻔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농현상 뿐만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우리의 자연 훼손이라는 문제가 있다. 농산물 가격이 싸지면, 더욱 내려간 농산물 가격에 대처하기 위해서 농민들은 더욱 효율적인 더욱 비용 절약적인 생산방식을 택할 것이다. 그런 생산방식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더욱 더 자연에 대해서 많은 산출량을 요구하고 자연에 왜곡과 상처를 남기는 화학영농, 유전자 조작, 그리고 대규모 기계영농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쌀 1가마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을 시장 가격 만큼 낮추게 된다면, 농민은 살아 남을 수 있겠지만, 자연은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게 된다. 그렇다면 시장의 가격은 우리가 자연을 훼손하여 나중에 올 피해액을 감안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시장의 가격은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운영되어 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을 만들어 내지만, 결코 완전히 도덕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와 같은 농산물 시장과 농산물 생산에 관련된 문제점들에 대해 많은 고민들과 노력들이 뭉쳐져 탄생한 것이 도농공동체 운동인 것이다.
도농공동체와 한 살림
도농 공동체 운동은 과거 86년에 한 살림이란 단체가 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지금부터는 한 살림이란 단체를 중심으로 도농공동체를 어떻게 꾸려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서로가 서로의 생명과 복지에 대해 책임을 진다.
한 살림이란 단체에서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서로가 서로의 생명과 복지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다. 예를 들어 농약을 뿌리지 않고 생산한 사과라든지, 왕우렁이를 활용한 유기농 쌀 등 주로 농약을 치지 않고 자연과 인간의 힘에 의해 생산된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생산자들의 노고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그들의 수고를 충분히 보상할 만큼의 값을 지불한다. 이와 같은 관계를 통해 기본적으로 생산자의 소비자 서로의 생명과 복지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한 살림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한 살림의 실제 운영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한 살림이 쌀을 생산하여 이를 소비자에게 공급한다고 하면 이때 어떤 과정에 의하는지 알아보자.
1. 우선 한 살림의 회원이 된다. 회원이 되려면, 3만원을 자본금 형식으로 내야 한다. 이를 한 살림에서는 출자라고 하는데, 이와 같이 회원들의 모집에 의해서 모여진 출자금은 차량비, 인건비 등 운영비와 모임이나 산지 방문 등 행사하는데 드는 비용 즉, 한 살림의 살림에 쓰이게 되며, 이런 비용을 제하고 남는 부분은 다시 회원들에게 배당하는 형식으로 출자금에 덧붙여지게 된다. 단, 출자금은 회원 탈퇴시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2. 일단, 자금이 모였으므로 운영을 시작할 수 있게된다. 쌀농사의 경우 가을에 추수하고 12월 중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이 모여 의논을 한다. 증가한 회원 수를 감안하여 내년도엔 쌀 소비량이 몇천 가마가 될 것인지 계산을 한다. 즉, 생산 계획을 짜는 것이다.
3. 생산계획량을 생산자 회원들이 의논을 해서 산지를 배정하고 계획생산을 한다. 일년이 지나 수확한 쌀을 도시에 있는 소비회원들이 책임소비를 한다.
4. 만약 생산 계획의 착오가 생기거나, 생산자들의 생산 계획량만큼 생산을 하지 못할 경우, 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남는 농산물이 있으면 이를 이용한 가공품을 생산한다. 딸기의 경우 남는 것은 딸기잼을 만들 수 있다. 생산량을 다 못 채워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협의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싸이클에 의해서 한 살림이 운영되고 있다. 한 살림은 소비자의 수요량에 따라서 생산자들과의 합의하에 생산 계획을 짜며, 생산자들은 이를 생산하여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살림이 단순히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직거래를 중개해 주는 역할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살림 운동의 지향 : 더불어 사는 삶 - 소비자와 생산자인의 따뜻한 인간관계
한 살림에서는 회원들간의 돈독한 신뢰관계를 중요시한다. 소비자는 안심하고 농산물을 사먹고, 생산자는 정성 들여 농산물을 가꿀 수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여 진정한 도농공동체를 형성하려 하는 것이다. 만약에 태풍이 몰아치면 소비자 회원들이 생산자 회원에게 전화를 하여, "태풍이 왔는데 사과 어떻게 됐느냐? 다 떨어지지 않았느냐? 홍수 때문에 벼가 어떻게 됐느냐? 사람 다친 데는 없느냐?" 식으로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안부를 묻는 따뜻한 공동체의 형성. 이것이 한 살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한 살림에서는 이와 같은 공동체의 형성을 위해 주기적으로 행사를 연다. 추수철이 다가오면 함께 벼 베기를 하기도 하고, - 이때 아이들은 메뚜기를 잡는다. - 채소밭에서는 김매기를 도와주러 소비자들이 농촌에 찾아가기도 한다. 음력 5월이면 각종 문화행사와 함께 '단오잔치한마당'을 열고, 10월말에는 '한 살림 가을걷이 잔치한마당'을 연다. 이때에는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함께 모여서 장터를 열고 전통문화를 곁들여 한바탕 놀이를 열기도 한다.
먹거리 운동에서 공동체 운동과 환경운동까지
한 살림 운동은 이와 같은 공동체 형성을 통해 우리의 밥상과 우리의 농산물 그리고 나아가서는 우리의 자연을 안전하고 보다 환경적인 방향으로 끌고 나가려 하고 있다. 현재 이와 같은 한 살림의 노력으로 현재 한 살림에 가입된 회원 수는 총 26,551 세대이며, 형성된 출자금은 총 1,669,116 천 원 (약 17억 원)에 달한다. 그리고, 생산자 회원수도 증가하여 매년 농산물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한 살림의 먹거리 운동은 한층 더 나아가 공동체 운동으로 이어지며, 이것은 나름대로 하나의 단체를 이루고 있다.
한 살림 회원들은 다양한 회원활동을 한다. 생명학교, 한 살림강좌, 비누공부모임, 에코가족모임, 단오잔치한마당, 가을걷이 한마당, 농사체험농장, 흙살림 순환농업실천 등 많은 행사들을 실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도 한 살림 회원들이 같이 모여서 나름대로 환경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사회에 조금이나마 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모으고 있다.
이와 같은 한 살림 회원들의 활동은 결국에 환경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민들을 이해하고, 서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그리고 자체적으로 공부를 해 나가면서 그들은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조금씩 사회에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주로 가족의 먹거리를 준비하고 밥상을 차리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주축이 되어 이와 같은 먹거리 운동, 공동체 운동, 그리고 나아가 환경 운동을 이끌어 간다면 그들의 힘과 다부짐으로 언젠가는 사회에 큰 힘을 발휘할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 살림은 나름대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도농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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