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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 역사적으로 생각해보는 귀농운동 |
|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6-07-24 16:14
조회 : 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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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운동, 농업회생과 자립적 삶에의 꿈
허헌중/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부소장
“귀농이란 무엇인가. 귀농이란 도시에서 농촌으로 옮겨가거나, 다른 직종에서 농업으로 직업을 바꾸는 일에 불과한 것인가. 우리가 농혼, 농업으로 돌아간다 함은 단순히 거주지와 직업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생산양식을 새롭게 바꾼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귀농이란 삶의 가치관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며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서 곧 우리의 지난 삶을 새롭게 구조조정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병철, 「살아남기, 근원으로 돌아가기」126쪽, 2000)
“이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적게 소유하되 더 많이 존재하는 삶을 사는 것… 함께 어울리는, 단순 소박한 삶 속에서 사람다운 존엄성을 실현할 수 있는 삶이란 생명의 근원자리인 자연, 생명이 푸르게 움트는 흙이 있는 고향으로, 그 농촌으로 돌아가 상생순환의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일구는 길 말고 다른 무슨 대안이 있겠는가”(위 책, 53쪽)
그러나, 아직도 저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삶을 새롭게 ‘구조조정’하는 결단을 못하고 아직도 꿈만 꾸고 있습니다. 다만,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꾸는 자에게는 아직도 희망이 있으며, 언젠가 다시 출발할 수 있을 거라는 안심과 태만으로 서성이고 있습니다.
상생과 화엄의 공동체를 만드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서 지금까지의 귀농운동을 되돌아보는 좌담회에 이어 ‘우리 나라 귀농운동에 대한 사회역사적 고찰’이라는 거창한 글을 부탁 받고, 자신의 부족을 잊은 채 피할 수 없이 쓰게 되어 또 서성이다 막막하지만 큰 줄거리를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귀농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귀농은 단순한 직업의 전환, 삶터의 이전이 아니라 삶 자체의 전환이라는 ‘거룩한 선택’이라고도 합니다. 오늘 농업?농촌의 해체 위기와 환경생태계의 위기, 그리고 인간소외와 인간성 파괴의 물신(物神) 지배의 시대에 무엇이 귀농이며, 왜 지금 귀농운동인가는 글머리에 인용한 이병철님의 글에서 잘 나타나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저는 이러한 생각을 전제하고서 모름지기 진정한 귀농운동은 이제 시작이라는 맺음말을 앞세우지만, 지난 시기 귀농운동 또는 농민운동이 그 시대 조건과 시대정신에 나름으로 최선이었으며 이들 역사의 모색과 실천, 좌절과 한계 위에서 오늘의 귀농운동이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우리나라 귀농운동의 발자취를 함께 생각해볼까 합니다.
근현대사 속의 다양한 귀농운동의 조류(潮流)
지난 시기 귀농운동은 그 지향점과 내용, 방법에서 오늘의 귀농운동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농업회생과 자립적 삶”에 대한 꿈을 그 시대 조건과 시대정신의 한계 속에서 추구한 이들의 실천이었고, 그래서 오늘의, 앞으로의 귀농운동에 거울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귀농의 개념은 단순한 말뜻으로는 ‘농촌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좁게는 영농에 종사하는 것이며 넓게는 농촌에 사는 것입니다. 물론 농촌의 주 산업이 농업이므로 농업을 주로 하며 농촌에 사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직업으로서의 농업이 아니라 다른 생활수단을 가지고 삶의 공간으로서 농촌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위해 무엇을 실현하기 위해 돌아가는가가 문제겠습니다.
그 어느 시대, 나라에서나 농업과 농촌의 부흥 없이는 균형있는 발전과 인간다운 삶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삶 속에서 농업과 농촌이 수행하는 경제적 비경제적 다양한 기능을 올바로 평가해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문제해결의 주체 측면에서는 농촌주민 스스로의 자각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즉,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농촌을 자연과 문화와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삶터로 만드는 주체 형성이 중요합니다. 귀농자는 이들 자각된 농촌주민과 함께 농촌 주체를 형성하고 농촌적 삶을 통하여 자기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귀농자는 농촌에 고립된 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농촌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주민과 더불어 자기를 실현해야 합니다. 귀농운동은 말 그대로 귀농자들이 올바른 의식을 갖고 농촌에 들어가서 농촌주민들과 더불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귀농자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지속적 조직적 운동이라 하겠습니다.(박진도,「농업과 농촌의 자립적 지속적 발전과 귀농운동」,전국귀농운동본부 귀농정책세미나 자료집 67～83쪽, 1998)
여기서 말하는 ‘농촌적 삶을 통한 자기 실현의 귀농운동’은 다음 글에서 보듯이 그 가치지향과 내용에 따라 역사적으로 농촌계몽적 귀농운동과 목적의식적 귀농운동으로 나눌 수 있으며, 목적의식적 귀농운동은 사회운동으로서 변혁적 농민운동에 기여하는 귀농운동과 9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생명가치에 입각한 대안운동으로서의 생태적 귀농운동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농촌계몽운동으로서 귀농운동은 지난 30년대 이른바 ‘브나로드(민중 속으로)운동’에서 볼 수 있으며, 목적의식적 귀농운동은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이후 가톨릭농민회 등 농민운동의 발전과 함께 궤를 같이합니다. 특히 목적의식적 귀농운동에 있어 최근 생태적 귀농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농민운동의 변화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지만, 자연(생태)문제와 사회경제문제가 상호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며 이 양자를 통일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생태적 귀농운동(나아가 유기?생명농업운동)이 오늘 농민운동과 상호 융합될 때 ‘전지구적 생태문제와 총체적 사회문제로서의 농업?농촌?농민문제’에 대한 대안적 운동으로 나아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식민지시대
농촌계몽운동으로서 귀농운동
귀농운동이라는 용어가 우리 근현대사에서 처음 쓰여진 것은 1920년대 중반 무렵부터입니다. 1925년 천도교 조선농민사의 결성으로 농민계몽과 경제협동사업이 활발해지면서 귀농운동과 농민야학이 계몽운동으로 전개된 것입니다. 당시 귀농운동은 3.1운동 이후 소작운동과 민족문화운동의 발전에 의한 농민의식의 성장에 기반한 것으로, 농민권익과 지위 향상을 꾀하는 운동이면서도 그 운동의 주체가 농미이 아니라 대체로 도시의 청년학생이나 지식계층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들이 농민을 계도하려고 농촌에 들어가 전개하는 계몽운동이라는 점에서 농미운동이 아니라 농촌운동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아마 당시 전국민의 80%이 상을 점하는 농민들을 교육시키는 방법은 야학 또는 강연 등의 운동을 통한 계몽운동적 성격을 갖는 정도였을 것으로 봅니다. 애국계몽운동으로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사회운동이라는 점에서 1920년대 일제의 문화통치기를 틈타 전민족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농촌계몽운동으로서 귀농운동은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민족역량의 간접적 배양이라는 점에서세 사람의 농부가 힘을 합쳐 가래질을 하고 있다
일제의 탄압은 필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30년대 이후 특히 35년경부터 일제가 전시통제와 민족말살정책을 강화하면서 강연회가 중단되거나 농민야학당이모심는 풍경. 새참을 이고 오는 아낙들도 보인다
폐쇄되거나 귀농운동자들이 구금되거나하여 점차 소멸되고 일부 지하로 잠적해버렸습니다. (이우재, 「한국농민운동사」,1986)
당시 귀농운동이 목적하는 바는 민중적 민족역량의 성장에 있었습니다. 귀농운동을 담당한 학생과 애국청년, 지식인의 이상은 1930년대에 들어오면, 여타 민족운동이 일제의 탄압과 회유에 쇠퇴, 변절, 잠적한 것과 달리 반제 반봉건 농민조합운동으로 대표되는 농민운동이 전성기를 맞아 민족운동을 대표할 때, 이들 농민운동과 결합, 귀농운동이 전민족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1930년대 들어 이러한 농민운동의 고양에 힘입어 지식층에서 귀농운동을 전개한 것이 동아일보사의 이른바 ‘브나로드운동’과 조선일보사의 문맹퇴치운동으로서 한글보급운동이었습니다. 특히 당시 농촌지역의 이들 신문지국은 이러한 농민운동과 귀농운동의 거점역할을 하였습니다. 즉, 1920년대 중반에 시작되어 1930년대에 전민족운동으로 번진 귀농운동은, 일제 강점기에 반제 반봉건 농민운동이 민족운동의 마지막 보루로서 전국에서 타오르면서 도시로부터 불러들인 농촌운동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가 아는 19세기 후반 러시아에서 당시 농민운동 기반이 열악했던 때에 귀족청년들과 대학생들이 전개한 농촌운동으로서 이른바 ‘브나로드(민중 속으로)운동’과는 전혀 성격을 달리하는 ‘브나로드운동’이었습니다. 귀농청년학생들이 식민지 착취의 논밭에서 농민대중과 한몸이 되어 새로운 민족의지를 체득하고 항일의식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농민운동으로 팽배해 있던 당시 농촌의 항일풍토에 연유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귀농운동의 성격을 귀농운동에 몸담는 도시 지식계층의 소박한 농촌관에서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이었던 춘원 이광수가 귀농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신문에 연재한 유명한 소설 「흙」의 한 구절입니다..
“농민 속으로 가자.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몸만 가지고 가자. 가서 가장 가난한 농민이 입는 것을 입고 그리고 가장 가난한 농민이 사는 집에서 살면서 가장 가난한 농민의 심부름을하여 주자. 편지도 대신 써 주고, 주재소, 면사무소에도 대신 다녀 주고, 그러면서 글도 가르치고, 소비조합도 만들어 주고, 뒷간, 부엌 소제도하여 주고, 이렇게 내 일생을 마치자.”
이러한 귀농운동을 전국적으로 조직한 것이 천도교 조선농민사의 농촌운동이었으며, 지식 상층의 주도로 1931년에 전개된 것이 동아일보사의 브나로드운동이었습니다. 당시 브나로드운동은 고보(高普) 4, 5학년과 전문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학생계몽대, 학생강연대, 학생기자대들이 각 지방으로 가서 한글, 산술, 위생, 음악, 연극 등을 가르치고 민족의식을 고취하였습니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은 당시 여름방학 때 귀농운동을 벌인 학생계몽대의 실존인물 이야기였습니다. 이러한 농촌계몽운동은 단순히 농민계몽운동의 효과만이 아니라 학생과 농민의 민족공동의식의 형성에도 기여하였지만, 1935년이후 일제 탄압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조동걸,「일제하 농민운동사」)
60-70년대
‘농촌현장론’으로서의 귀농운동
해방 직후 1945년 11월 현재, 당시 전국농민대표조직이었던 전국농민조합총연맹의 조직 현황을 보면, 13개 도연맹, 1,745개 면지부, 25,288리 분회, 조합원 3,323,197명에 달했습니다. (이우재,「한국농민운동사」77쪽) 이처럼 해방 직후 빠른 시일에 놀라운 규모로 조직 결성이 이루어진 것은 사회주의 활동가들의 역할을 들겠지만, 자세히 보면 일제하 투옥되었다가 석방된 독립운동가들, 일제 말기 지하에 잠복한 농민운동조직과 활동가들, 해외로 끌려갔다가 귀국한 귀환동포들 등의 귀향에 의한 조직활동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들의 귀농이 조직적 운동의 귀농운동으로 보기 힘들지만, 천신만고 끝에 생존을 위한 귀향이든 새나라 새농촌 건설의 목적의적 이념을 가지고 돌아온 귀농이든 역사로서의 귀농운동에 한 장을 차지함은 분명하다고 하겠습니다.
그 후, 한국전쟁과 50년대 자유당 독재를 거치며 변혁지향적 귀농운동은 단절되고, 정부 주도의 협동조합운동에 동참하거나 농사개량, 생활개선, 4H보급 등 기술교육과 교양운동으로서 농촌운동이 일부 유지되면서 이와 관련한 계몽운동적 귀농운동이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4월혁명과 5.16쿠데타 이후 60,70년대에는 값싼 노동력과 값싼 농산물에 기초한 이른바 대외종속적 불균형 산업화에 따라 농가경제가 압박되어 이농이 증가하고 농민 전반의 빈농화가 확대되면서 청년학생운동과 지식인운동, 교회의 사회선교운동 등에서 농민층의 의식화, 조직화가 민주변혁의 중요 과제임을 인식, 이른바 ‘농촌현장론’에 입각한 귀농운동이 농민운동의 재건 속에서 전개되었습니다. 당시 농촌현장에 투신하는 학생출신 지식인들의 귀농운동이 군사독재 때문에 요즘과 같이 조직적 지속적인 공개운동으로 이루어지지는 못하였지만, 농민운동의 조직화에 일부 기여하고 농민문제의 사회화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서울대학교의 향토개척단 활동, 서울대 농대의 농사단 활동, 각 대학교 농촌문제연구회 연합조직이었던 ‘전국대학농촌문제연구회연합회 활동, 대학4H연합회 활동 등과 한국기독학생총연맹(KSCF)의 학사단(학생사회개발봉사단) 활동,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 농촌부 활동 등을 통해 ’농촌현장론‘에 입각한 활동가들이 배출되어 이들이 현장에 투신, 그후 농민운동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농촌현장에 투신하여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운동에 종사하거나 농민단체의 실무자로 일하거나 했던 학생출신 귀농자들의 배출에는 무엇보다 72년 한국가톨릭농민회의 창립과 크리스찬 아카데미의 농민교육 등이 기둥이 되었으며, 멀리는 62년 이후 백운산협업농장 등 전국에서 일어났던 협업농장 개척운동과 65-79년 활동했던 한국농업근대화연구회 활동, 그리고 이들의 여러 관련 속에가톨릭농민회는 66년 가톨릭농촌청년회에서 시작되었다. 가톨릭농촌청년회 창립식 기념사진
추진된 60년대 후반 이후 농촌지역 신용협동조합운동 등 민간의 협동조합운동도 목적의식적 귀농자들의 귀농운동에 울타리가 되었다고 봅니다.
80-90년대
농민,학생연대 농촌활동으로서의 귀농운동
60?70년에는 대외종속적 불균형 산업화에 따라 농가경제가 압박당하면서 농민층의 의식화?조직화가 중요과제로 떠올랐다.
우리 현대사에서 대학생들의 농촌활동은 세계에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농민과 학생의 결합에 의한 귀농운동입니다. 직접 영농에 종사하러 농촌으로 돌아가는 귀농운동이 아니라 방법면에서는 일제하 귀농운동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으로 귀농하여 농민과 함께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여름 또는 가을 농번기에 농촌으로 가서 근로활동과 연령별 다양한 ‘분반활동’을 전개해온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농촌활동도 60년대 이후 70년대까지는 주로 농번기 일손을 거들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농촌을 체험하고 농촌에 기여한다는 농촌봉사활동이 주였습니다. 80년대 중반 이후 최근까지는 그 규모와 농민운동조직과의 결합 정도 등에서 시기적으로 발전 과정의 양상이 달라지지만, 크게 보면 농민운동조직과 대학 학생회 간의 연대활동으로서 근로활동과 의식화 지원활동, 농민회와 학생회 상호 강화 활동 등이 전개되었습니다. 그 대표적 모습들을 다음 글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말에 실행되는 생태농활은 지금까지 농활과 비슷하지만 그 가치지향 및 방법, 내용에서는 성격을 달리한다.
“농민과 청년학생이 10여일 간의 생활 결합을 통하여 농업과 농민의 현실을 함께 느끼고 고민 함으로써 상호 연대의 의지를 튼튼히 다지고 변혁운동의 주체로 함께 서나갈 것을 다짐하는 여 름농활이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여름농활이라는 대중적 농학연대의 장은, 농민운동에 있어서는 상반기 사업을 총화하고 하반기 투쟁과제를 농민대중과 함께 준비하는 공간이며, 청년학생에게는 대중투쟁의 동력을 준비하고 그 내용을 마련하는 장이다.”(전대협 농민학생연대사업국,「‘92여름농활자료집」61쪽)
이러한 농활의 귀농운동은 60년대 이후 대학생 농촌봉사활동의 철저한 반성 속에 더 이상 농민을 봉사의 대상으로 하지 않고 변혁운동의 주력들로서 ‘연대’의 상호 주체라는 인식에 기초한 귀농운동이었습니다. 여기에는 80년대 이후 농민운동의 전국적 고양과 학생운동의 목적의식적 민중지향성의 강화가 바탕이 되었으며, 이러한 농학연대활동으로 80년대 말 이후 농촌활동 과정을 거치면서 농민운동에 직접 종사하기 위한 목적의식적인 현장 투신의 흐름이 전국단위에서 형성, 그후 농민운동의 현장 일꾼으로 역할하는 등 변혁지향의 농민운동을 위한 귀농운동으로서 맥을 잇게 되었습니다.
21세기 생태농활의 모색
90년대 말에 들어와 일부 대학과 전국귀농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모색되고 시험 실행되고 있는 이른바 ‘생태운동으로서 농촌활동’, 즉 생태농활은 목적의식적 귀농운동으로서의 농학연대활동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농활과 비슷하지만, 그 가치지향 및 방법, 내용에서는 성격을 달리합니다.
이러한 모색은 그간의 농활이 갖는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농촌회생과 자립적 삶의 실현’을 기치로 청년학생농활의 일대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최근 학생운동의 세가 갈수록 위축되고, 학생대중이 취업걱정과 함께 개인주의 성향에 매몰되어가는 상황에서 대학농활이 변화되는 상황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방향성과 목적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이 결과 농활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도가 급격히 떨어져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전략으로서 귀농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농촌회생과 자립적 삶의 실현을 위한 생태농활이 청년학생 운동의 귀농운동의 일환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농활은 농민을 의식화하거나 농학연대운동의 차원에서 농민운동의 지원에 기본목표를 두었습니다. 그래서 농업노동을 경험하고 민중성을 체험해도 각자의 인생진로와 가치정립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습니다. 직접적으로 농업적 사고와 농업노동을 배우고 나아가 새로운 눈으로 자연을 만나고 생명질서를 몸으로 느끼는 생태농활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또한 농촌과 농업 나아가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산업문명의 모순을 통해 마을 공동체의 나눔의 문화와 지역의 의미를 배울 수 있습니다. 생태농활 참가자들은 농활지역과의 지속적인 관계속에서 이를 귀농을 통한 자신의 자립적 삶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삼을 수 있고, 일차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귀농이 아니라도 교육, 농업관련산업, 보건의료 등 자신의 직분을 다양하게 살려 귀향을 통해 지역공동체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생태농활은 무엇보다 청년학생들이 새로운 가치를 얻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모색하는 새로운 학생운동과 학생운동의 진로를 찾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병철, 위 책, 174-187쪽, ‘지금 왜 생활농활인가-생태적 가치와 자립적 삶의 실현을 위한 제2의 브나로드운동을 제안하며)
삶과 문명의 전환을 위한 전략으로써 귀농의 중요한 내용이 새로운 생활양식을 배우고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바로 생태농활은 기본적으로 농사를 업으로 하는 귀농이든, 농촌지역사회에 참여하는 귀농이든 자립적 삶과 생태가치의 실현을1996년 9월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창립. 귀농운동의 가치지향과 운동전개방식에 한 획을 긋게 된다.
지향하는 제2의 21세기형 브나로드운동의 토대이자 계기라는 점에서 그 시대적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90년대의 말에 들어서 일부 대학과 전국귀농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한 생태농활의 제안과 실천은 앞으로 변혁지향의 현단계 청년학생운동에 있어서 큰 화두가 될 것이며, 청년학생운동 진영에서는 이에 대하여 앞서도 말했듯이 자연(생태문제와 사회경제적 문제가 상호통합되어 있고, 그래서 현단계 농민운동과 유기생명농업운동이 상호융합되어 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생태농활을 청년학생운동의 주요 농활로써 적극 안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1996년 이후
전국귀농운동본부 창립과 귀농운동의 본격적 전개
지금까지 우리 나라 귀농운동의 발자취를 간략히 더듬어 보았는데 이러한 귀농운동의 역사적 흐름은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창립과 함께 그 가치지향과 전개방식에서 획을 달리해 나가고 있습니다.
1996년 9월 19일 19개 생명?환경?농업관련 단체들이 참여하여(현재 36개 단체 참여) 결성한 전국귀농운동분부는 다음과 같이 귀농의 성격과 내용에서 생태적 가치와 자립적 삶의 실현을 지향하고 귀농의 방식에서 개별적 귀농의 한계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귀농운동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역사상 귀농운동과 괘를 달리합니다.
‘귀농운동은 환경생태계의 위기를 비롯한 산업문명의 한계에 따른 절박한 생명위기 속에서 농촌?농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새롭게 일깨우고 농촌활성화의 필요와 기운을 사회적으로 고취시키며, 특히 도시 젊은이들의 농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구체적으로 끌어내어 농촌으로 돌아가 생명의 터밭을 일구는 농촌활성화의 일꾼이 되도록 지원?협력하고자 한다. … 이를 통해 환경생태계의 위기. 밥과 건강과 생명의 위기, 인강성과 공동체 성의 위기 등 오늘 우리가 당면한 위기에 본질이 모두 생명의 근원인 자연과 흙에서 분리된 잘못된 삶의 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고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기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 협력하는 유기순환적인 공생의 농업을 일으키는 일꾼을 양성, 생태적 농촌공동체 마을을 건설하는 일을 건설하며 새로운 농업, 즉 유기순환적 생명농업을 일으키는 일꾼을 양성한다.’(전국귀농운동본부, 설립목적)
전국 귀농운동본부는 귀농학교의 운영과 귀농자의 후원활동을 통해 이들의 정착활동을 지원 협력하는 것을 그 핵심사업으로 하면서, 생태적 대안으로서의 귀농운동 강화, 귀농교육의 활성화 및 귀농정착 지원체계의 구축, 연대사업을 통한 귀농운동의 사회화 등을 주요 방침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창립이후 4주년을 맞는 현재 전국본부의 귀농학교에서는 99년말 현재 총 11기 618명,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의 불교귀농학교를 비롯하여 13개 지역귀농학교에서는 총 999명 등 합계 1,617명의 귀농교육생을 배출하였습니다.
최근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주도하는 귀농운동은 단순히 도시에서 농촌으로 거주지와 직장을 바꾸는 귀농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을 그 살아가는 방식과 생산양식을 새롭게 바꾸는 일이여, 이러한 대안적 실천으로써 귀농을 안내하고 격려하며, 뒷바라지하는 지속적인 조직적 운동으로서의 귀농운동입니다.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들 귀농운동은 자립적 삶, 이웃과 협동, 자연과 상생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자립?협동?상생의 귀농운동으로써 그 핵심은 ‘생태적 귀농’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단계 귀농운동은 역사적으로 실천되어온 다양한 귀농운동의 시대적 역할과 정신을 계승 혁신하여 농업과 농촌의 자립적 지속적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봅니다.
‘아무나 하지 못하는 귀농’이고, 그래서 ‘각비(覺非)’의 결단과 실행을 요구하는 귀농이지만, 이 길만이 실패와 또 다른 좌절을 예비하는 귀농이 안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기본 원칙이자 대안운동의 하나로 역할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 역시 그런 귀농을 다짐하되 준비하는 귀농으로 자립?협동?상생의 귀농을 꿈꾸며, 꿈꾸는 자에겐 희망과 새로운 출발이 반드시 있음을 확신하며 부족한 글을 맺습니다. ■
* 출처: 인드라망지2호 (2545년 3~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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