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불교] 사부대중, 미래의 대안적 공동체 |
|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6-07-24 16:32
조회 : 4607
|
|
|
사부대중, 미래의 대안적 공동체
혜강스님/실상사 기획위원장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매우 고독하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서로 도와가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동반자이기보다는 딛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이다. 흔히들 정보화 시대요, 세계화의 지구촌시대라고 하는 21세기는 우리에게 서로의 끝없는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주의와 경쟁심이 가득 찬 현대사회라고 하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로서, 너와 남은 서로 의지하여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있음으로 인하여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겨남으로 인하여 저것이 생겨난다. 이것이 없으므로 인하여 저것이 없고, 이것이 없어짐으로 인하여 저것이 없어진다.”
『아함경』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연기법의 기본적인 표현이다. 이처럼 나와 남은 서로 의지하여야 존재가 가능한 것이다. 나아가 세상의 모든 만상이 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연관되어 이루어진 하나의 총체적인 관계성 속의 존재요, 하나의 생명 줄로 이어진 한 몸으로서의 다양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오늘날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전장의 전투 같다. 인연화합으로 서로 의지하여 이루어진 한 몸의 존재라는 인식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대립과 경쟁과 갈등과 시기의 전장이다. 그러한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서서히 대립과 경쟁보다는 화합하고 서로 도와 가는 삶의 소중한 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공동체가 오늘날 물질문명에 병들어 가는 인간의 미래 삶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불교에는 이미 2500여 년 전부터 화합을 생명으로 하는 공동체가 시작되었다. 이를 일컬어 ‘사부대중’이라고 한다.
사부대중은 곧 출가 수행자인 비구와 비구니, 재가 수행자인 우바새(남자신도)와 우바이(여자신도)를 말한다. 이 사부대중은 승가[僧伽]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이끌어져 간다. 승가는 비구 승가와 비구니 승가가 있으며, 시공간을 초월하여 삼세[三世]와 우주로 확대된 보편적 승가를 사방승가[四方僧伽]라고 하고, 시간과 공간적으로 제한된 특정 시간대와 특정한 지역의 출가 수행자 공동체를 현전승가[現前僧伽]라고 한다. 이 현전승가가 유지되기 위하여서는 반드시 우바새와 우바이로부터 사사공양(음식․와구․의약․의복)이 있어야 하고, 승가람[僧伽藍]과 승가람물[僧伽藍物] 등을 공양 받아야 부처님의 가르침(法寶)을 보존할 수 있으며, 나아가 부처님(佛寶)을 모시고 수행하는 사방승가(僧寶)가 성립될 수 있다.
이처럼 삼보[三寶]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재가 신자인 우바새와 우바이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우바새와 우바이에 의하여 삼보가 성립되고 불교가 유지되기 때문에 출가 대중과 재가 대중은 근본적으로 서로 공존하는 평등 관계이다. 이를 일러서 사부대중이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중[衆]은 범어로 ‘빠르사드’[parsad'이다. ‘모임에 함께 한 무리’ 또는 그 집회를 말한다. 한역경전 가운데 신역에서는 출가자의 무리[出家衆 samgha]도 또한 중[衆]이라고 번역하였기 때문에 서로 혼동되기도 하지만 가리키는 바가 확연히 다르다.
사부대중 공동체의 장 - 사찰
현대 사회의 사찰은 단순히 수행과 전법의 도량일 뿐만 아니라 보살도를 실천하는 도량으로서 일반인을 위한 교육과 문화와 복지의 열린 공간으로서 새롭게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사부대중이 부처님의 가르침인 연기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과 동체화합의 관계를 이루어 가는 곳이 바로 함께 모여서 수행하고 전법하는 장소인 사찰이다.
부처님께서 계시던 시대에서부터 사찰은 수행을 위한 안거와 출․재가의 제자들을 위한 설법의 장소였다. 즉 사찰의 근본적 의의는 사부대중의 수행과 전법의 도량이다.
『법화경』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한 가지 큰 인연으로 이 세상에 오셨으니 곧 불타는 집안에 갇혀 어쩔 줄을 모르고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시기 위한 대비심으로 이 세상에 오신 것이다. 이것은 곧 부처님께서 팔만사천의 가르침을 펴신 이유요, 그 가르침을 배우고 그 서원을 실현하고자 하는 불제자의 집단과 그들의 수행 처인 사찰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사찰은 그 시대의 중생들에게 열린 공간으로서 다가서지 못한다면 그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의 사찰은 단순히 수행과 전법의 도량일 뿐만 아니라 보살도를 실천하는 도량으로서 일반인을 위한 교육과 문화와 복지의 열린 공간으로서 새롭게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중생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이치에 맞도록 유도하여 충족시키고 나아가 사찰주변 지역사회의 지도적 위치로 자리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불교는 전통적으로 승가중심으로 사찰이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사찰 운영 방식은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출가 수행자가 삼보의 정재를 관리함으로써 사찰 안팎으로 믿음을 줄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문제가 더욱 크다 하겠다.
첫째는 승가의 근본적 본분인 수행과 전법에 장애가 된다.
현재 조계종 스님들의 총수는 비구․비구니 약 8,200- 명, 사미․사미니 약 3,500 명, 모두 합하여 11,700 명이요, 그 중에 사미와 사미니를 제외하면 나머지 수효에서 사찰의 소임을 맡아서 관리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스님의 수는 1/3도 채 되지 않는다. 현재 조계종에 등록된 사찰의 수는 2,000여개이다. 여기에 미 등록된 개인 사암까지 포함하고 보면 전 출가승이 모두 사찰의 관리에 매달려도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도 많은 수의 스님들이 과다한 사찰 관리업무에 밀려서 본분인 수행과 전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는 출가자가 물질과 금전관리의 책임과 권리를 가짐으로써 승려의 사유재산이 암묵적으로 인정되기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한 반 교리적 실상과 승려간의 빈부차이와 갈등 등은 승가의 생명인 청정과 화합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는 힘이 부족하여 현대사회에서 낙후된 집단이 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수시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고 정확히 읽어 내느냐에 따라서 진퇴가 결정되는 고도의 전문화 시대이다.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수행을 전문 업으로 삼는 집단의 출가 수행자가 급변하는 현대 사회 대중들의 욕구를 때맞추어 읽어내어 때맞추어 대응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넷째는 재가자가 사찰운영에 소외됨으로 하여 신행이 자기 중심적인 기복으로 치중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종단 제도의 허점으로 주지(승가)의 독단적이고 비합리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신도들이 그 영향을 받는다. 그로 인하여 스님네와 신도들간의 불신과 갈등이 깊어지고 심지어는 승보를 제외한 재가자만의 불교집단이 생겨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문제를 안고서는 사찰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바람직한 사찰운영 방식은 곧 사부대중이 함께 참여하는 운영이라고 하겠다.
남방불교 국가인 태국이나 미얀마 등에서는 사찰의 의식주에 관계되는 모든 일을 재가자 중에서 선출된 대표와 실무자들이 대부분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으며, 사원의 모든 불사에 출가자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여 함께 계획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특정 소임자의 견해나 취향에 따라서 불사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출가자는 수행과 전법과 의식의 집전 등에 전념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사찰은 예로부터 수행과 전법의 도량일 뿐 아니라, 그 시대의 소외받고 핍박받던 다양한 모습의 중생들이 함께 모여서 살아가는 장소였다. 한 예로써 조선시대에는 서민의 애환을 달래던 유희꾼들의 집단인 사당패까지도 사찰에 근거를 두고 살아갔었다. 이에 관한 다양한 예는 지면상 생략한다.
* 출처: 인드라망지2호 (2545년 3~4월)
|
 |
|
|
|
|
게시물 163건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