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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 공동체를 위한 지혜 - 녹색평론 제 78호 (2004년 9-10월호) |
|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6-03-21 13:58
조회 : 3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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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위한 지혜
편집자의 말
다음에 소개하는 글은 생태공동체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새벽의 건설자들(Builders of the DawnCommunity Lifestyles in a Changing World)》(Corinne McLaughlin & Gordon Davidson, 1985, Book Publishing Company)의 일부를 발췌·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비록 거의 20년 전에 씌어졌지만 생태공동체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생태공동체의 모든 측면을 골고루 그리고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책의 전반부에는 생태공동체의 정의, 역사, 다양성에 대해, 그리고 중반부에는 공동체의 근간을 이루는 여러 측면들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상세히 다루고 있다. 즉, 갈등해결 방법, 경제시스템, 리더십, 인간관계와 성, 양육문제, 자급자족 기술과 자기치유, 그리고 공동체 영성 등이 그것이다. 후반부에서는 공동체 건설을 위한 지침과 공동체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 가운데 다양한 경제시스템과 공동체 건설을 위한 지침을 소개한다. 공동체 건설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안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사실 한국의 생태공동체운동은 서구와 비교하여 거의 30년은 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저들은 세계적으로 보아 신사회운동의 기폭점이 되었던 68혁명의 후폭풍에 힘입어 거의 유행이다 싶을 정도로 공동체운동이 활성화되었던 반면, 우리는 그 시기에 뒤늦은 근대화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 한국도 근대화 이후가 거론될 만큼 자본주의의 발달단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데다가 그에 따른 인간소외의 심화 및 세계화로 인한 지구생태계의 위기 등으로 더이상 '생태'와 '공동체'에 대한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분명히 한국은 서구와는 다른 역사 경로와 다른 문화전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서구와 같은 공동체운동이 그대로 반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긴 하더라도 대안으로서의 생태공동체의 원리와 비전은 동과 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때문에 서구에서 공동체운동이 일어나게 된 역사·문화적 맥락을 잘 이해하고 본다면 저들의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여느 운동과 마찬가지로 공동체운동도 개인의 결단과 투신에 의해 시작되겠지만,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풍랑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만큼 그들 사이의 정보교류와 연대는 생존을 위하여 필수적이다. 한국의 공동체운동은 그 기원을 따지면 30여년을 헤아리지만 전체적인 진행 상황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정보교류의 부재이다. 이런저런 매체에 몇몇 이름난 공동체들이 중복적으로 소개만 되었지 운동이 지나치게 고립분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마주치는 문제마다 모두 자기 혼자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먼저 들어선 사람이나 나중에 들어선 사람이나 모두 ABC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래가지고는 운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가 없을 뿐더러 대안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큰 짐을 지우게 된다.
생태공동체운동센터는 최초의 본격적인 생태공동체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새벽의 건설자들》의 출간(한겨레신문사 출간 예정)을 계기로 이 땅의 공동체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공동체 내부의 고민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가령 우리 공동체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안정된 공동체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혹은 우리 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과 재정의 흐름은 어떠한지, 또는 우리 공동체는 위기와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등 공동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경험담을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사례는 꼭 성공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실패한 사례가 더 소중한 교훈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녹색평론》은 기꺼이 지면을 할애하기로 하였다. 이 자리를 빌려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 공동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 애쓰고 있는 선구자들께서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일랑은 잠시 접으시고 부디 시간을 내어주십사 하는 것이다. 내가 시간을 내어 나의 것을 내어놓는 것이 결국은 나와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객원편집자 황대권(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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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동체
우리가 볼 때, 계획공동체는 인류가 가야 할 긍정적인 미래를 미리 엿보고 나서 그 비전을 담을 새로운 형태의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문화의 가장자리에 서서 지평선을 바라보며 신새벽을 기다리고 있다.
이 '새벽의 건설자'들은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새로운 사람도 만들고 있다. 그들은 두려움과 이기심, 갈등을 사랑과 협동, 나눔으로 바꾸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사회의 병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디서 살고 있든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태도와 가치들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계획공동체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여정에 길 안내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 그들은 인플레이션, 공해, 에너지 고갈, 노동의 소외, 실업, 의료비 증가 등의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방법을 가지고 실험을 하는 등 사회를 위한 연구와 개발의 센터 역할을 한다. 공동체에서 개발된 많은 아이디어와 기술들은 도시와 근교의 생활에도 직접 적용시킬 수 있다. 그 방법을 따르면 적은 생활비를 가지고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우정과 협조의 분위기에 둘러싸여 살 수 있다.
오늘날 공동체운동의 파장은 성공한 어느 전형적인 공동체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새롭고 다양한 공동체들이 갈등해소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새로운 기법에서부터 대안에너지와 건강관리에 이르기까지 인간생활의 수많은 영역에서 이룬 혁신의 통합적 위력에 힘입은 것이다. 이렇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은 널리 호소력을 지닌다.
공동체를 연구한다는 것은 인류를 위한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드는 데 있어, 소우주 안에서 여러가지 문제와 해결책들을 검토해보는 것이다. 다양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특정 공동체에 함께 살면서 어떤 가치들을 공유할 수도 있다. 공동체적 삶의 주된 과제는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공동체에서는 인격의 성장을 고무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태도와 가치를 가지고 협동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교육한다.
이러한 공동체 생활은 인간관계의 기술을 익히는 강력한 훈련이 된다. 자신의 요구와 타인의 요구 사이에 균형을 이루면서, 전체 구조와는 불가분의 존재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전체 구조'에 대한 인식은 현대의 가정과 기업 그리고 국제정치에서도 절실히 요구되는 기술이다. 공동체 생활은 모든 생명이 서로 의존해 있다는 현실을 체험적으로 알려준다. 우리는 공동체 전체(혹은 지구 전체)에 속한 것들을 마치 자기의 물건을 돌보는 듯이 하는 훌륭한 청지기가 되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자원을 순환시키는 법, 그리고 자기보다 적게 가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자기와 다른 것들에 대한 인내심을 기르고,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우리는 그저 받고 소비하기보다는 나누어주고 생산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것이 바로 '공동체 의식'인데,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많이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서로를 위하여 진심으로 일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다.
1960년대의 '코뮌'과는 달리, 90년대에 번성하는 공동체들은 새로운 원숙함과 지속성을 지니고 있다. 언론에서는 모든 비주류 종교집단들을 조작적이고 광적인 컬트집단이라고 싸잡아 부르기를 좋아하는데, 대부분의 공동체들은 그렇지 않다. 이런 편견과는 달리 그들은 매우 현실적이고 광신적이지도 않다.
각 공동체는 정치, 영성, 교육, 또는 과학 등과 같은 특정 목적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자체 구성원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중점을 두는 공동체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공동체들은 그와는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사회에 특별한 기여를 한다. 그들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혹은 인격의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공동체는 현실의 모든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의 '지상 천국' 유토피아가 아니라, 어떤 이상을 추구하며 일하는 지속적인 과정에 있다.
공동체적 생활은 주로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형성된 도시지역의 단순한 협동가족에서부터, 구성원들이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보다 복합적이고 투신을 요구하는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가 아주 다양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집단은 스스로를 '코뮌'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협동가족' 혹은 '공동체'라고 부르기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들을 60년대에 유행했던 히피들의 일시적 생활공동체인 '코뮌' 이미지와 구별하고 또 '공동체'라는 말에 함축된 '좋은 이웃'의 정신으로 돌아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새로운 공동체에서는 다양한 생활양식과 가치들이 많이 나타난다. 모두가 한 집에 살면서 모든 자원을 공유하는 공동체성이 아주 강한 공동체가 있는가 하면, 개인에게 보다 많은 독립공간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마을과 비슷한 공동체도 있다. 동양의 영적 전통을 따르는 공동체도 있고, '뉴 에이지' 스타일의 영적 방법을 따르는 공동체도 있다. 그런가 하면 영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는 공동체도 있다.
공동체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그 의미가 다르다. 공동체를 상호협동을 통해 생존이 보장되는 안전한 천국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가까운 친구들과 깊이 사귀고 연대를 맺는 정서적 지원의 장소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인격의 성장을 위한 가혹한 시련의 장소로 보는 사람도 있고, 무엇보다도 개척적으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장소로 보는 사람도 있다.
공동체의 다양한 경제시스템
뉴 에이지 공동체들은 완전한 공산주의적 방식(모든 자원과 수입을 공유하고, 사업체 역시 공동소유이며, 모든 지출은 공동기금에서 나온다)에서부터 완전한 개인주의적 방식(가옥과 땅, 사업체를 개별 소유하되 가치관과 활동만 공유한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오늘날은 아마도 각 공동체마다 그 사람들에게 적합한 경제방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수입과 자산의 공유는 공동체의 정신 그 자체라고 여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강요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참다운 공동체 의식을 가로막는다고 여기기도 한다. 각 방식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따라서 각 공동체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가장 적합한 경제시스템을 선택하면 된다.
대부분 공동체는 구성원 각자가 자체 소득을 벌어들이는 방식과 공유토지, 주택 및 기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일부 소득을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방식을 혼합해서 쓰고 있다. 오늘날에는 점점더 많은 집단들이 '공동체'보다는 '마을'의 형태를 취한다. 오클라호마의 '스패로우 호크'나 버지니아의 '몬로 연구소' 같은 곳은 교회 혹은 교육기관 주위에 자리잡은 경우로서 구성원들은 개별적으로 주택 부지를 매입하고 일부 토지는 공용재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서 공동체 방식과 개별 방식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공동체에 관한 연구와 공동체에서 장기간 생활했던 경험을 살려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여기에 예외가 있음은 물론이다.
?공동체 모델은 인간들이 보다 깊은 공유적 관계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잘 운영되기만 한다면 공동체는 사람들에게 타협과 관용, 갈등해소, 종합 그리고 올바른 관계 맺기에 대한 경험을 제공한다.
?공동체적 공유가 가장 효과가 있을 때는 강력한 권위를 지닌 인물이 있거나, 혹은 생산과 분배활동을 집행하고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기획집단을 갖춘 매우 조직화된 시스템이 있을 경우이다. 이런 경우 경제적으로는 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그 대신 개인의 자유는 줄어든다.
?공동체적 공유 방식은 공유할 자산이 별로 없는 사람들과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이 방식은 때때로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사람보다는 의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자신을 돌봐주고 보호해주는 부모 같은 사람을 찾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이다.
?공동체적 공유 또는 부분적 공유 방식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재정적 책임을 완전히 숙지하고 있는 성숙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의 의존성이 커지거나, 강한 권위구조가 발생하거나 또는 능력있는 사람들이 제 능력을 소진하고 마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보다 느슨하고 단순한 생활방식을 찾느라 공동체에 이끌리지만, 결국에는 그곳에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그로부터 더 많은 즐거움을 얻는다. 그것이 자신들이 바라던 것이고 여러 사람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독립적이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공동체 시스템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는다. 시스템을 바꾸든가 떠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한다. 그러나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없다 하더라도 이런 성향의 사람 중에서 일부는 높은 원칙과 이상이 뒷받침되면 열심히 일을 하는 성향이 있다. 때때로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에너지가 소진될 때까지 일하기 때문에 자신을 충전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많은 공동체들은 완전한 공동 경제 방식에서 점차 개인적인 경제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식 저변에 사생활 보장과 자율성에 대한 요구가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흔히 직면하는 어려움은 공동체에 들어온 두가지 유형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시스템을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첫째 유형은 함께 나눌 재산이 없는 젊은 사람들로, 이들은 더 많은 책임을 떠맡고 자기 나름의 기술을 연마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유형은 책임감과 숙련된 기술 그리고 공동체와 함께 나눌 자산이 있는 장년층들로, 보다 단순하고 의미있는 생활방식을 찾고자 한다.
?공동체가 헤어나기 힘든 채무에 빠지게 되면 현금소득을 얻기 위해서라도 공동체 식구들이 바깥으로 나가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일의 유형과 환경에 따라 회원들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일부 공동체에서는 일반 사람을 위한 치유, 교육 또는 기술훈련 프로그램을 수익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동체 내부에서 일하는 것은 저소득이고 공동체 외부에서 일하는 것은 고소득이라는 이분법을 완화시킬 수 있다.
?최근에 많은 공동체에 창업 바람이 불면서 공동체 식구들이 각자 재정적인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을 내놓고 소규모 수익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공동체들 사이에서는 특히 협동심과 생태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소규모 수익사업이 더욱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종업원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사업체를 개발한 공동체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사업의 운영과 생산, 임금규모까지 종업원 스스로 결정함에 따라 사람들이 일에 쏟는 관심과 책임감, 창조성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공동체의 경제와 그 수익사업은 공동체 식구들과 고객 간의 좋은 관계와 신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경제적 거래에 사랑과 관심을 더 많이 쏟을수록 더욱더 효과적인 수익창출이 이루어질 것이다.
?공동체 수익사업을 하려면 사회와 적극적으로 교류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는 것이고,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것과 같다. 공동체의 이상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하고 있는 수익사업이 날아드는 지불 청구서를 제때에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 사업이 세상 사람들의 필요에 부응하지도, (세상 속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공동체 사업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은 공동체 식구들이 기성 사회의 이웃들과 빈번한 교류를 함으로써, 그리고 지방경제의 원활한 현금유통에 기여함으로써 대외적으로 고립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동체 식구들이 상당히 낮은 수입과 최소한의 경비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부 사람들은 그들이 영위하는 삶의 질이 영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우수한 것을 보고 언제나 놀란다.
?대부분의 집단들은 초기에는 부족한 물자(원래 지니고 있던 기술과 초기자금은 제외)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생활수준을 개선하고 향상시킨다. 물론 공동체 식구들이 신념적으로 안락한 삶을 거절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예외로 한다. 일부 공동체에서는 생활비 경감의 중요성에 지나치게 매달림으로써 영성을 드높이기 위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소홀히 하기도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공동체에서는 노동윤리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칼릴 지브란은 자신의 글에서 "노동은 사랑을 드러나게 하는 행위"라고 했다. 공동체 식구들은 삶의 목적의식과 가치와 연관된 일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한다. 인간적이며 건전한 노동환경 역시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육체노동은 생존에 필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지나친 '정신노동'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한다. 노동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며 공유된 가치이다. 텃밭 가꾸는 일과 건축일같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동체 노동 프로젝트는 특히 즐거운 시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기성 사회에서처럼 공동체에서도 때때로 노동윤리가 평형을 잃게 되면 노동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요리나 청소 등 공동체의 많은 일들이 책임을 분담하고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교대로 행해진다. 대부분의 공동체에서는 정형화된 성역할도 와해되어 남성이 요리와 육아에 참여하는가 하면 여성이 건축일이나 자동차 정비같이 힘든 일에 나서기도 한다. 가장 인기있는 공동체 사업은 교육, 수공예 및 소규모 가내공업이다.
공동체 건설을 위한 지침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제대로 알려라"
공동체는 목표에 관한 정체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와서 공동체가 추구하는 목표와 동화되지 못한다면, 그들은 잘못 찾아온 것이다. 그들은 자기네 목표와 잘 맞는 다른 공동체로 가야만 한다. 그래서 당신은 공동체의 역할과 기능,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장소를 찾는 데 직관력과 상식 모두를 활용하고, 법적 소유권을 어떤 형태로 할지 결정하라
적절한 장소는 이성적인 방법보다 직관에 의지하여 찾는 것이 가장 성공적이다. 당신이 땅을 찾아 헤매고 있다면, 그 땅 역시 당신을 찾고 있다! 각 장소의 독특한 특징에 적합한 공동체의 형태가 따로 있다. 문제는 잘 맞는 짝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터 캐디는 공동체가 영성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영적인 에너지가 충만한 지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함께 할 수 있는 의식(儀式)을 만들라
구성원들을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묶어줄 수 있는 규칙적인 의식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공유하는 정신적(종교적) 가치가 없다면, 나름대로 '집단 의식'을 만들어 합창, 군무(群舞), 동하지(冬夏至) 또는 경축일 기념하기 등을 행함으로써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을 함께 치르면 공동체가 힘든 시간을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에너지가 생성된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은 모임을 와해시킬 수도 있는 많은 긴장과 갈등을 유발한다. 그룹의 조화를 꾀하고 일체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분위기를 띄우는 활동이 중요하다.
친목을 돈독히 하라
공동체에서 어려운 일이란 육체적 노동이 아니라 감정적·정신적 관계망을 만드는 일이다. 즉 사람들과 함께 신뢰와 우정, 단단한 팀워크를 쌓고, 의사소통과 갈등해소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그것이다. 다른 가치와 생활양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고사하고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이 사는 것도 때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사람들간에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설거지와 같이 가장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이다.
갈등해소를 위한 적절한 절차를 개발하라
올바른 철학이나 신념체계만으로는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데 충분치 않다. 적절한 의사소통과 친목을 다지기 위한 기술이 필수적이다. 개인들 사이에 서로 다름으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를 다루는 명확한 절차를 가지는 것이 현명하다. 이러한 갈등은 방치해 두어서도, 억눌러 두어서도 안 된다. 사람들 사이의 올바른 관계는 사랑과 연대에 기초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모든 관계를 그러한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와 통합에 중심을 두고 구심력을 만들어라
공동체의 첫 단계에서는 그룹의 정체성인 목표에 중점을 두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멤버들이 배워야 하는 자세와 활동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개인은 그룹의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된다.
권한과 책임, 재정에 대한 협약을 분명히 하라
협약을 명확하게 하려면 성숙함과 상호존중과 영적인 고결함이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공동체의 생활에 대해 반드시 새 멤버들과 충분히 상의를 한 다음 약정서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룹 내에서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종종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초기부터 멤버들이 서로 기대를 달리하고 있던 것을 알게 된다. 처음부터 의논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권한과 책임과 재정이다.
사회봉사에 중점을 두어라
대부분의 성공적인 공동체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필요만 충족하면서 고립된 삶을 살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봉사하려는 더 큰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공동체들은 기꺼이 주고자 하는 헌신적인 사람들을 끌어들여 더욱 강한 그룹이 된다.
세상의 풍요로움을 믿고 실질적인 수입원을 만들어라
대부분의 그룹은 영성과 물질 둘다가 아니라 어느 한쪽을 중시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사업을 통해 영적인 가치를 구현할 때 영혼은 물질 안에서 드러난다. 여기에서 참된 실험이 이루어진다. 모든 일의 기초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좀더 세속적으로 표현하자면, 긍정적 사고). 진실로 세상에 봉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한다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신이 주재하는 우주의 풍요로움으로부터 완벽하게 얻게 될 것이다.
적극적인 사고와 투신하는 자세로 몰두하라
가장 필요한 것은 실제로 헌신하려는 한 사람이다. 돈이나 건물 같은 것은 아무런 조건 없이 헌신하려는 사람을 얻는 것보다 중요하지도 않으며 어렵지도 않다. 다른 모든 것들은 노력만 하면 언제고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이다. 아름다운 건물과 돈이 풍부한 장소는 얼마든지 있지만 헌신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으면 모든 게 다 소용없다.
사랑·빛·의지의 균형을 유지하라
사랑과 빛, 의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다른 것과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목적과 비전, 방향감각도 없이 사랑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자기 생각에만 빠져 감상적이 되고 결국에는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고 만다. 의지라는 동적인 에너지가 없으면 공동체는 곧 정체되거나 타성에 젖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 변화와 성장, 쇄신과 도전의 에너지가 생겨나질 않는다. 이런 상황은 서로 사랑하는 친한 친구들이 공동체를 만들려고 할 때 자주 일어난다. '함께' 사는 것만을 좋아하면서 함께 있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공동체 생활은 곧 활기를 잃게 되고 사람도 떠난다. 그렇지 않으면 멤버들은 지나친 사랑 때문에 '숨이 막히는' 상태에 있게 된다.
공동체가 빛에 의한 분별력을 잃고 지나치게 사랑에 의존하면, 공동체 생활에 전혀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공동체의 목적과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들어와 머물게 된다.
지나친 사랑과 포용은 그룹의 에너지를 흩어버리고 하나의 목적 아래 있어야 할 공동체를 여러 갈래로 찢어 놓는다. 이렇게 되면 공동체 내부의 서로 다른 욕구를 조정하고 부조화를 치유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또 지나친 사랑은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 의해 공동체의 선의가 잘못 이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유와 협동에 기초한 공동체에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 머무르도록 허락한다면 이기적이지 않은 멤버들의 에너지 가운데 많은 부분이 그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일에 끊임없이 쓰이게 될 것이다.
공동체에 사랑은 없고 빛이나 진실만이 지배하게 되면 남을 배려하고 도와주려는 생각이 부족해지고 환경이 날로 삭막해져 살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한편 그룹에 사랑은 없고 의지와 목적이 지나치게 많으면 사람들의 기력을 소진시키고 소외감이 만연하게 된다.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을 무시한 채 언제나 목표에만 초점을 맞추면 바로 그 목적을 수행하여 현실로 만들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랑 없는 의지는 쉽게 남을 이용만 하고 더 높은 이상을 추구할 수 없게 만든다.
질서있고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 유지하라
장소가 질서있고 아름답지 않으면 그 안에서 영감을 느끼기가 무척 어렵다. 그 결과로 생각과 느낌도 점점더 어지러워진다. 사랑을 갖고 건물을 깨끗이 하면 그곳에 있는 물건들은 좋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람들도 그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에서 그룹회의를 열면, 무질서한 환경에서 열 때보다 더욱 조화롭고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대지와 자원의 좋은 청지기가 되어라
우리는 주어진 모든 것을 잘 돌볼 뿐만 아니라 현명하고도 효과있게 이용하는 좋은 관리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소유자가 아니라 관리인으로 행동한다면 저장할 필요가 없다. 자원을 이용하지 않을 때는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경제는 전체 시스템 안에 자원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고 방해물이 없거나 축적하지 않을 때 가장 잘 돌아간다. 도구와 의복, 가구와 책 등 당장 사용하지 않는 자원들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주거나 팔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분명한 통로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풍요의 흐름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더 나은 삶의 모델이 되고자 하는 공동체들에게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서로 나누는 태도는 특히 중요하다.
모든 생명체와 조화를 이루어라
때로 우리 인간은 자신이 이 지구상에 오로지 하나밖에 없는 생명체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공동체를 시작할 때 반드시 우리와 함께 땅을 공유하고 있는 생명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식물과 동물뿐 아니라 우리가 쓰는 도구와 기계, 건축자재 같은 것들을 만드는 광물질도 모두 생명이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명체들과 조화를 이루고 그들을 잘 이해하며 축복해주는 것이 좋다. 직관적인 수용력을 가지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의깊게 들으면 자연의 힘들과 협력하여 함께 창조하면서 더욱 풍요로운 정원을 가꿀 수 있다.
인내를 가지고 유기적인 성장과정에 주의하라
무슨 일이든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다. 성장은 느리며 유기적이다.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리적인 건설에 드는 시간은 언제든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두배 내지 다섯배가 더 걸린다. 마음은 육체보다 훨씬 빨리 앞서 나간다. 공동체 설립자들은 일반적으로 먼 미래의 비전을 세우는 데는 아주 능하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이 아니라 유기체를 만들어라
대규모 기업체와 정부기구에서 보는 것과 같은 구조의 관료화와 경직화를 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작고 유연성 있는 구조를 유지하면서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간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점이다. 멤버들간에 의사소통이 잘되면 관료주의와 규율에 의한 지배를 피할 수 있다. 공동체에서 예전의 조직형태를 반복할 수는 없다. 공동체는 혁신적이고도 단순한 방법으로 그룹의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유연하면서 열려 있어야 한다.
이상을 실현하는 데 현실적이 되어라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현실성과 인내와 실천이 요구된다. 필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훌륭한 조화감각이다. "비전이 없으면 죽는다." 그러나 현실을 모르면 역시 죽을 수 있다!
공동체의 성공이나 실패에 사로잡히지 말아라
공동체 설립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원칙이 바로 이것이다. 궁극적인 영적 시험은 우리 노력의 결과에 사로잡히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말하자면 공동체의 실패를 나 개인의 실패로 여기거나 성공으로 인해 우쭐해지는 등 공동체와 자신을 지나치게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유연성을 길러라
공동체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경직되어 있으면 오래 가지 못한다. 끝까지 살아남는 공동체는 사회와 공동체 구성원들의 요구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탄력적으로 반응할 줄 아는 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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