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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학교] 작은학교를 준비하며 |
|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6-05-08 17:47
조회 : 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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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선돌마을.hwp (2.2M), Down : 21, 2006-05-08 17:4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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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를 아우르는 큰 학교
-작은학교를 준비하며-
2000년 1월 2일～1월 7일, 그리고 1월 16일～1월 21일 각각 5박 6일의 일정으로 실상사에서 ‘제1회 선돌마을 어린이 겨울학교’가 열렸다. 총 69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하여 자연친화적이고 공동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수놓았던 선돌마을 어린이 겨울학교는 아이들이 기존의 일반교육에서 놓치기 쉬운 체험학습을 중심으로 한 계절학교이다. 실상사는 더 나아가 지역주민들의 삶과 함께하는 ‘작은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추구하는 동체대비의 사상을 지역공동체의 다양한 삶의 형식으로 실현하고자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근본도량 실상사를 찾아 아이들과 작은학교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을 만났다. <편집자 주>
기차타고 학교에 가요
1월 2일, 집을 나서는 가경이(수원 고색초등 5학년)는 설레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친구들과 약속한 수원역으로 가면서도 마음은 벌써 기차를 타고 남원에 도착하고 말로만 듣던 지리산에 가 있다. 수원역에서 함께 갈 친구들-성희, 상민이, 명은이, 승연이, 주현이, 가람이, 훈찬이와 만났다. 친구들 역시 이번 여행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 모양으로 상기된 표정이다.
친구들과 함께 기차에 오른다. 기차는 칙칙폭폭! 마음은 콩당콩당! "
차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들이 모두 자기와 같이 여행을 떠나는 친구마냥 정겹다. 몇 시간 후면 만나게 될 낯선 친구들, 그 친구들과의 공동생활, 그리고 즐거운 놀이들. 참, 거기에는 스님들도 많으시다던데 우리들이 떠들면 싫어하지는 않을까? 부모님과 떨어져서 생활한다는 사실이 가슴 한 켠에서 약간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상상에 설렘이 앞서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선돌학교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자기소개서와 부모님의 소견서를 내야 했다. 다음은 학생이 직접 쓴 자기소개이다. 확률에 대한 개념은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했지만 친구 주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참 귀엽게 표현되었다.
"저는 경기도에 사는 박훈찬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리산에 가고 싶은 것뿐만 아니라 방학 동안에 여러 가지를 느껴보고 싶어서입니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저는 이번 기회에 자연과 어울리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마음을 비우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싶어서입니다. …… 자연과 어울리고 여러 농사일도 해보고 마음의 양식을 닦아보기 위해 신청을 합니다.
제가 가면 좋겠지만 떨어져도 좋습니다.
제가 떨어진다면 제가 좋아하는 친구 주현이가 될 확률은 0.0000000000001%라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주현이와 같이 가고 싶지만, 그리고 떨어지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글을 씁니다. 저는 5학년으로 키가 작아 아이들에게 놀림을 많이 당합니다. 리코니를 잘 불고 공부를 조금 합니다.
머리는 큰데 키가 작습니다. 그래서 올챙이란 별명, 짜리몽땅이란 별명 등 별명이 아주 많습니다. 키가 크려고 노력 무지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키는 안 자라고 살만 디룩디룩 찌는 게 고민입니다. 전국에서 모이는 거라 하니 긴장도 되는데 긴장을 풀고 도전합니다. 되어야 될텐데…… 되어야 될텐데…….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 될 확률은 ☞☜만큼 너무 적지만 꿈은 클수록 좋은 것! 꼭 갔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화성군 매송면 박훈찬 올림>
3·6·9놀이를 하고 음악도 듣고 친구들과 앞으로 함께 지낼 5박 6일의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을 서로 나누다보니 어느 새 대전.
마음은 또 한번 콩당콩당! 아, 저 아이인가보다. 대전역에서 해인이라는 친구가 합류했다. 낯선 곳 대전에서 이렇게 함께 갈 친구와 만나고 보니 마치 탐정놀이처럼 스릴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서로 인사를 하고 아이들은 어느 새 금방 친구가 된다.
그리고 남원. 춘향이 고을이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책에서, TV에서 많이 본 남원이라는 고장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벅차다.
“이쪽 길로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인월까지 가야돼.”
남원에 할머니댁이 있어서 몇 번 와봤다는 승현이가 길 안내를 맡았다. 승현이의 안내로 이리 저리 길을 물은 끝에 인월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지리산은 수원에서 보던 산들과는 생김새나 색깔부터가 다른 것 같다. 하늘에 맞닿은 능선의 모양은 위엄이 있어 보인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건 들과 산, 간간이 마을들이 산 뒤에 숨었다가 갑자기 나타나고 또 갑자기 숨는다. 높은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익숙한 가경이에 이런 풍경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꼭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다. 버스가 꽤 높아보이는 고개를 이 구비 저 구비 곡예하듯이 돌 때는 귀가 멍멍해지면서 약간 어지러운 느낌도 든다. 지리산의 고도가 높아서 그렇단다.
인월에 도착하니 스님께서 기다리신다. 처음 보는 스님이지만 자신들을 맞으러 온 스님을 보는 순간 길을 헤매다 집에 돌아온 것처럼 안도감이 들면서 와락 눈물이라도 나올 듯한 기분이 되었다.
친구들이 전국에서 여기까지는 스스로의 힘으로 찾아와야 한다고 들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안보인다. 어디쯤 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벌써 도착해서 먼저 선돌학교에 가있는지도 모르겠다.
실상사 작은학교 준비팀에서 마련한 제1회 지리산 선돌마을 어린이 겨울학교(이하 선돌학교)는 이날 오후 3시에 공식적인 입학식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이렇듯 각자 집을 나서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선돌마을 어린이 겨울학교
‘즐거운 마음, 씩씩한 우리, 맘껏, 자유롭게-제1회 지리산 선돌마을 어린이 겨울학교’
지리산 실상사의 천왕문 앞에 걸려있는 초록색 현수막 아래로 상기된 얼굴의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수원,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에서 모여든 어린이 35명이 모이니 갑자기 실상사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듯했다. 낯설다거나 하는 느낌도 없이 어울리는 사투리와 사투리… 아이들은 금새 친구가 되어 서로 어울렸다.
“선돌학교는 참가어린이들에게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몸을 놀리는 놀이중심의 체험활동을 통해 일반학교 교육에서 자칫 무디어지기 쉬운 감성을 일깨워줄 목적으로 마련된 계절학교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제도교육에서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체험학습을 위주로 기획했습니다.”
이번 선돌학교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강은화선생님은 선돌학교의 개설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래서 선돌학교는 공동체놀이, 감성훈련 등의 모둠활동을 기본틀로 삼고 산길걷기, 농장일돕기, 자연물조각 등의 자연체험, 그리고 문화재알기, 풍물, 민요배우기, 바루공양 등의 문화체험을 주요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첫마당에는 광주교육대학교의 대안교육 동아리 <삶>, 독립영화 동아리 <ANTI>에서 11명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모둠선생님들로 참여했고, 둘째마당에는 변산 공동체학교의 김숙현 선생님을 비롯하여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출신의 현직교사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진행을 위해 기본재료를 준비해주거나 만들기의 방법 등을 가르치되, 지나치게 개입하지 말기로 합의되어 있었기 때문에 거의 보조자의 역할에 머물렀다. 선돌학교는 어린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함께 뛰놀면서 ‘스스로’ 깨우치는 공간으로 주어진 것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이불을 개는 일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은 평소에 자신들이 경험해보지 않은 많은 것들을 마음으로 몸으로 익혀갔다. 아침을 먹은 뒤에는 손에 손을 잡고 들길, 산길을 걸었다. 직접 썰매를 만들기도 했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물을 가득 담아둔 논이 얼지 않아서 자신이 만든 썰매를 타보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자꾸만 휘어지는 톱을 바루어서 나무를 썰고 철사를 못으로 고정시켜 가면서 완성한 썰매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했다.
한밤에는 절 바로 옆에 있는 앞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고구마를 구워먹으면서 서로 장기자랑도 했다. 시골의 하늘에는 별도 참 많아라.
연을 직접 만들어서 날리는 것도 재미있었고 긴줄놀이나 윷놀이같은 민속놀이도 재미있었다.
가경이는 선생님들과 모둠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놀이를 하며 서로 협력하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는 것을 알았다. 학교공부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희는 무엇보다도 새벽예불이 기억에 남는다. 달콤한 새벽잠의 유혹도 많았지만 그래도 절에 가면 자신도 새벽예불을 꼭 해보리라 다짐이 더 컸다. 스님들과 신도님들이 추운 법당인데도 정성껏 손을 모으고 목탁소리에 맞춰 염불을 하고 절을 한다. 무슨 뜻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지만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처님께 정성을 다하는 모습과 음악시간처럼 음을 맞춰 낭랑하게 예불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자신의 마음도 맑고 경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발우공양이다. 농부의 땀이며, 햇빛이며, 바람이며, 비며, 많은 미생물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의 정성어린 손길 하나하나가 이 음식에 담겨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그리고 걸핏하면 반찬투정을 하고, 입에 맞는 반찬이 있으면 혼자만 더 많이 먹겠다고 욕심부리던 것들이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음식을 급하게 먹다가 흘려서 버린 일도 왠지 께름칙하다. 부모님이나 농부 아저씨한테 뿐만 아니라 햇빛이랑 바람이랑 비랑 온갖 것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절음식이 아이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는지 햄버거와 같은 것들이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가끔씩은 그런 음식이 눈앞에 어른어른거릴 정도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면 또 그러한 인스턴트 식품을 찾게 되겠지만 음식에 담긴 정성을 생각해봤던 기억이 언젠가는 다시 되살아나리라.
5박 6일간의 공동생활을 회향하는 시간, 아이들은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헤어짐이 못내 슬퍼져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집을 떠나올 때는 씩씩하게 왔었는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누르고 떠나가는 아이들이 배낭에 넣어 짊어진 것은 그림 그린 돌멩이만이 아니었다. 두 손에 안고 있는 것은 연과 썰매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안고 짊어진 것은 5박 6일 동안 함께 어울려 만들어진 따뜻한 정과 즐거운 기억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돌아갔다. 지금부터 10년 후, 2010년 1월 1일에 다시 만나 자신들의 편지와 그림들을 넣은 타임캡슐을 마치 유물을 발굴하듯이 열어볼 것을 기약하며.
지역공동체의 삶과 함께 하는 대안교육
이번에 처음으로 개설한 선돌학교는 계절학교이다. 따라서 선돌학교는 그 자체로 일반학교 교육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못한 자연과 함께 하는 체험학습이라는 적극적인 의의를 가진다. 그렇지만 실상사와 선돌학교를 준비한 선생님들의 뜻은 더 큰 곳에 있다.
그것은 바로 2001년에 중등과정의 작은학교 설립, 나아가서는 지역주민의 일상적인 평생교육을 위해 지역주민 스스로의 자기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상품관계로 왜곡되어 가고 있는 사회적 관계들을 바로 잡고 연기적 세계관과 공존의 삶이 보편적인 가치기준이 되도록 인드라망의 세계관과 실천을 교육의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작은학교를 함께 준비하고 있는 이경재 선생님의 말이다. 그는 서울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이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이기주의적 경쟁으로 점철된 삶의 방식에 깊은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의 방식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갈수록 깊어졌다. 그래서 주위의 많은 우려도 있었지만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직장을 그만 둔 이후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힘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인드라망생명공동체와 그 근본도량인 실상사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들과 자신이 바라던 길이 같은 내용임을 알고 이곳 선돌마을로 내려왔다.
삶의 방식이 변해야 된다는 자각들이 이렇게 하나둘 모이면서 준비에 더욱 탄력이 붙게된 실상사의 작은학교는 중심 교육이념을 다음과 같이 세우고 있다.
첫째, 작은학교는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생태지향적 자립학교.
이는 공존의 철학을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하며, 이와 더불어 실상사농장에서 생명농업을 배우고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재능을 존중하는 열린 교육.
이경재 선생님은 이를 “열을 셀 수 있는 학생은 즐겁게 열을 셀 수 있게 하고 백을 셀 수 있는 학생 또한 즐겁게 백을 셀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셀 수 있는 능력의 차이로 학생을 평가하지는 않을 것”는 말로 표현했다.
셋째, 지역학생과 지역주민, 실상사 식구 모두가 참여하는 지역중심의 공동체 학교.
이는 실상사의 작은학교가 꿈꾸는 궁극적 지향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교사자격증을 가진 교사들뿐 아니라 전문적 지식이나 특기를 가진 지역주민과 실상사 농장 식구, 스님들을 모두 교사로 참여하도록 할 생각이다.
“더 이상 시골에 산다는 이유로 지역학생의 꿈마저 작거나 초라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외지로 떠나더라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삶을 꾸려가는 ‘돌아오고 싶은 고향’으로서의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데 한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작은학교는 학생을 중심으로 한 교육모델이나 지역주민들의 교육장으로서의 역할 이외에 전국의 교사들과 도시의 성인 및 청소년을 위한 과정도 차근차근 추진해갈 것이라고 한다.
결국은 관계성을 회복해야 풀리는 숙제들
실상사 작은학교 준비팀에는 스님 한 분을 포함하여 세 명의 실무준비팀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제1회 선돌마을 어린이 겨울학교를 통해 첫걸음을 뗐다.
현재는 작은학교를 책임질 주체들을 더 세우기 위한 자체 연수프로그램과 봄·가을의 지리산 생태기행, 그리고 여름·겨울의 계절학교도 정례화할 생각이다.
다음 세상을 짊어지고 나갈 세대를 공동체적이고 친환경적인 교육으로 키워내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강은화, 이경재선생님, 그리고 이번 선돌학교에 자원활동가로 참여한 학교선생님들, 예비선생님들은 오늘도 우리 아이들이 꿈속에서 그리는 세상을 함께 그려보고 있다.
학교붕괴, 학교황폐화의 말이 전혀 낯설지 않고, 교육현실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로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학교황폐화의 이면을 조금만 더 짚어보면 그것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여러 인간관계들의 왜곡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교사와 제자,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부모, 교장, 교감과 평교사들의 관계가 계약된 관계, 또는 상품관계들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학교가 황폐화된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이다. 따라서 더 이상의 학교황폐화를 막고 학교와 사회를 다 함께 살리는 일은 무엇보다도 이러한 왜곡된 관계들을 다시 생명이 살아 숨쉬는 인간적 관계들로 회복되어야 한다.인드라망사람들 작은학교 강은화 선생님
“우리가 만드는 학교는 외딴섬이 아닙니다.”
이번 선돌학교를 기획하고 운영한 강은화 선생님은 교육학을 전공했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사범대를 지원했으나 현실은 교육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될 목표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연스레 대안교육에 뜻을 두게 되었다. 그래서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를 찾아갔다. 간디학교에서 우리 나라의 대안교육에 대해 배우고 계절학교를 운영하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역시 대안교육에 뜻을 두고 있는 이경재 선생님을 만났고, 98년에 실상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실상사에서 개설한 귀농전문학교를 오가면서 강의를 들었다.
“귀농전문학교 교육에 참가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도시집중화와 물질문명에서 파생된 생명위기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생태적 대안, 마음다루기, 몸다루기, 염색이나 차만들기, 공동체문화-이런 것들은 단순히 귀농전문학교의 교육내용일 수만은 없겠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도 얻었지요. 그렇게 해서 일상적인 삶의 공간으로서 지역공동체에 대해 고민을 더 진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하는 대안교육 역시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일과 함게 병행되지 않으면 몇몇 특별한 아이들을 위한 마련된 ‘외딴 섬’과 같은학교를 하나 더 만들어내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공동체 속에서 함께 숨쉬는 작은학교’는 당연한 결론이었다.
자꾸만 뒤돌아보던 아이들의 손과 마주 흔들어주던 선생님의 손은 그런 희망을 말하고 있었다.
- 인드라망지 1호(2000년3,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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