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희망의 불씨를 찾아봅시다

지홍스님｜인드라망생명공동체 공동대표

기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희망을 이야기하고 꿈을 이야기해야 하지만, 기축년 새해는 희망보다는 걱정과 불안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무자년은 ‘욕망’이라는 단어가 세간을 휩쓸고 간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선거를 치렀고, 한 편의 드라마같이 광풍이 처처곳곳에서 일어났던 한 해였습니다. 일장춘몽같이 그 욕망이 부질없는 것이었음이, 그 욕망이 오히려 우리를 더욱 불안케 하는 근원이었음이 드러난 것도 무자년 한 해였습니다.

그 욕망의 불길이 멈추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타오를 것 같다는 불안과 함께 기축년을 맞이합니다.

“마음이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변덕스러워 지키기 어렵고 제어하기 어렵지만, 마치 활을 만드는 장인이 화살을 곧게 하듯이 지혜로운 이는 그것을 바르게 할 수 있다.”
- 법구경 중에서 -

잠시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우리들 마음입니다. 변화무쌍한 현상들을 따라 움직이고, 이익과 욕망을 따라 움직이고 또 그동안 살아온 습성(업)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배우고 익혔던 많은 지식과, 살면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 또한 선입견이 되어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하고 진지하게 물을 때, 그동안 밥 먹고 생각하고 말하고 살아온 나는 전혀 낯설게 다가옵니다. 때론 천길 절벽에 서 있는 듯 혹은 사방을 가늠할 수 없는 황야에 홀로 놓인 듯 아득하고 절박해집니다. 외면하고 싶은 치욕과 모순으로 가득찬 ‘나’를 통찰해 봄으로써만 만나게 되는 또 다른 내가 있습니다.

남의 아픔을 진정 내 아픔으로 느끼며 다른 사람들과의 평화로운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열린 나인 것입니다. 여기에 이르러 삶은 여유 있고 세상은 밝아지게 됩니다. 마치 물고기가 바다에서 언제나 자유롭고 평온하듯이 나의 진정한 행복은 세상과의 원만한 유대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을 나누는 자리에는 투쟁과 갈등 대신 화해와 평화가 싹트며, 좌절과 슬픔 대신 희망과 환희의 빛이 넘쳐나게 됩니다.

기축년 한 해, 모두 다 함께 희망의 불씨를 찾아봅시다.

지홍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