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전생 때부터 그 수행의 장에 출현하며 수행을 외호하는 신, 제석천.
그의 궁전에는 투명한 구슬그물이 있습니다. 이 구슬들에는 우주 삼라만상이 휘황찬란하게 투영됩니다. 그물코마다의 구슬에는 모두 서로서로 다른 구슬들의 모습이 투영됩니다. 이 구슬은 저 구슬을 품고 저 구슬은 이 구슬을 품습니다. 인간의 구슬은 자연의 구슬을 품고 자연의 구슬은 인간의 구슬을 품습니다. 너의 구슬은 나의 구슬을 품고 나의 구슬은 너의 구슬을 품습니다. 그리하여 하나의 구슬은 모두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가 모두이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나의 생각과 마음과 행동은 어떤 대상과의 관계에 의해서 생겨납니다. 그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사물일 수도 있고 날씨일 수도 있고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들은 늘 무엇을 생각하고 마음이 변하고 그에 따라 행동합니다. 관계가 없다면 생각도 마음도 행동도 나올 수가 없는 것입니다.

 

햇빛이 비추는 들판에 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나무에서는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립니다. 들판을 풍요롭게 하기에 충분한 나무는 누구든 쉬어갈 수 있는 그늘마저 만듭니다. 사람들은 나무를 사랑합니다. 그 옆의 나무는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아무도 그 나무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나무에는 언제부턴가 냄새나는 쓰레기가 쌓여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나무인데도 하나는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며 그늘을 만들어서 사랑받고, 또 다른 하나는 쓰레기냄새로 인해 사랑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어느 쪽도 처음부터 그런 모습이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열매를 맺거나 그늘을 만들진 못하거나, 쓰레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지요. 열매와 그늘이 자라나고 쓰레기가 거기 있음으로 해서 그들은 사랑받는 나무와 사랑받지 못하는 나무가 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그 두 나무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고 그 때에는 사랑받는 나무와 사랑받지 못하는 나무라는 구분조차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무가 있음으로 해서 들판에는 쓰레기가 있는 나무가 있게 되었고 나무가 있음으로 해서 열매를 맺고 그늘이 있는 나무가 있게 된 것입니다.

 

옛날에 사명대사가 서산대사를 찾아갔습니다. 절 마당에서 사명대사가 날아가는 새를 잡아 방안에 있는 서산대사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이걸 놓아주겠습니까? 잡고 있겠습니까?”
놓아준다고 말하면 잡고 있으면 되고, 잡고 있다고 말하면 놓아주면 되는 것이니 당연히  100% 사명대사의 승리가 확실한 질문입니다. 그때 서산대사가 방문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방에 있겠느냐? 밖으로 나가겠느냐?”
방을 나감으로써 방을 나가는 서산대사가 되고 새를 놓아줌으로 해서 새를 놓아준 사명대사가 됩니다. 사명대사와 서산대사, 새와 방, 그 모든 상황들까지도 서로 관계를 맺으며 투영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원래부터 그렇게 존재한 것은 없습니다. 사명대사와 서산대사, 새와 방은 모두 그것들이 있음으로 해서 그때 그 모습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들은 모두가 서로 존재의 이유입니다. 내가 당신이고 당신은 나입니다.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입니다. 그러한데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인드라망 그 거대한 인연의 그물코를 제대로 알게 된다면 우리들은 자비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옆 사람의 일은 나의 일의 다름이 아니니 나의 일처럼 남의 일에 대해 자비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또 나를 위한 일을 할 때 그것을 자랑하거나 오만하게 바라볼 수 없는 것처럼 남의 일이 나의 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남을 위한 일을 함에도 아만심을 갖고 행하진 않을 것입니다. 인드라망의 세계를 아는 이들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인연,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 지속적으로 우리사회의 이슈가 되어 있는 4대강 문제.
강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강에 병이 들고 아파하면 나무가 아프고 산이 아프며 사람이 아프게 됩니다. 강이 아프면 우리가 아프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순간도 남과 나, 서로를 병들게 하는 어리석은 일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온 가슴을 열고 강이 병들어가는 것을 가슴아파해야 합니다.
우리의 강이 아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