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아니 몇 년 만에 한 보살님이 법당에 오셨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어찌 지냈느냐구요! 거사님이 병고에 시름하시다가 얼마 전에 이생을 마치셨다고 합니다. 그 말을 하는 사이에 눈에 눈물이 지나갑니다. 이럴 때 서양 사람들은 잘 표현하더군요. ‘아임 쏘리!’ 라구요. 그런데 저는 그 말이 어색해서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당황해서 우물쭈물했습니다. 그리곤 잠시 차 한잔 하자고 모셨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사정을 여쭈었습니다. 건강하시던 남편이 갑자기 암으로 1년 선고를 받고는 꼭 일 년 만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제가 그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저 함께 공감하고자 눈짓과 얼굴 짓과 말 짓을 살필 뿐입니다. 그래도 그것이 위로가 되었는지! 자리를 일어 설 때는 조금은 밝은 기색이었습니다.

 

그리고 내일 거의 말기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을 방문하러 갑니다. 그 분들에게 이달부터 법문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은 운명이다. 라고 하기에는 요즈음 암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우리가 놀던, 생명이 넘치던 시골의 논에는 미꾸라지부터 우렁이까지 심지어 우리를 괴롭히던 거머리까지 사라져 버렸습니다. 가을이면 기운 뻗쳐서 뛰어오르던 메뚜기도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우리의 자연에서 생명이 많이 그것도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골에서부터 도시로 미꾸라지에서부터 인간의 목숨까지로 서서히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우리가 잊고 있습니다. 아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런 분위기로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길이 죽음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우리 삶의 터전이 죽어 간다구요. 이미 오래전부터 그토록 죽겠다고 외쳤지만 외면만 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일찍이 아시고 이 생명을 살리고자 자신의 한 생명을 거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생명은 자연으로부터 왔고 그러기에 자연을 살림으로서 우리의 생명이 건강하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한 분들 말입니다. 내일 가려고 하는 곳도 그런 곳입니다.

 

어느 정형외과 의사가 된 젊은 의사가 말기암환자들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연으로 들어가서 순전히 자연에서 나온 음식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원래 건강했던 자연 속에 돌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원래 병들지 않았던 자연에 녹아들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건강해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자연스럽지 못할 때 불편해합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 적체되어 스트레스가 되고 만병의 근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불편해서 병이 들었을 때에는 마음도 자연에 맡기고 몸도 자연에 맡기는 법이 어찌 보면 가장 큰 처방이 아닐 런가 싶습니다. 불안과 불편함을 놓아버리고 크게 가슴을 열고 자연을 받아들인다면 아마 어떤 심신의 병도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용감한 그 의사선생님을 뵙고 싶은 생각에 살짝 흥분이 됩니다. 그리고 그 선생님의 좋은 기운에 힘입어 병든 이들의 병이 일시에 사라지기를 기원하면서 잠을 청합니다. 내일 그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자연을 믿고 당신의 병든 몸과 마음을 놓아버리라고요. 던져 버리라구요. 그러면 건강한 자연과 하나가 될 것 이라구요. 모두 평온하옵소서..

 

하림스님
부산 미타선원 주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