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스님이나 일부 종교 전문가에 의해 실천되던 명상이 대중화된 지 수 십년이 지났다. 특히 미얀마와 태국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위빠사나를 위시로 한 불교명상이 서양인들에 의해 행동의학 처치방법으로 임상적으로 도입된 지도 30여년이 지났다. 임상적으로 효과를 보이고 있는 다양한 명상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명상을 통해 심신의 안정과 평온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다.

 

10년 전 8월, 서울 도심의 한 선원에서 5박6일간의 위빠사나 집중 수련을 지도한 적이 있었다. 30명 정도가 참여했었는데 당시 한 참가자가 힘들었던 6일간의 수련을 마치고 소감을 이야기한 것이 기억이 난다. 회계사였던 그 남성은 편두통으로 고생을 했었는데, 명상을 마칠 때 쯤 되니 편두통이 없어졌다고 한 것이다. 약을 먹어도 휴가를 내서 쉬어도 가라앉지 않던 편두통이 6일간 위빠사나 수행으로 가라앉았다는 사실에 본인도 놀라워했다. 위빠사나 명상 또는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는 󰡔대념처경󰡕의 말씀이 생각났다. 위빠사나 스승인 고엔까지의 경우도 위빠사나 수행으로 편두통을 완전히 극복하였다고 한다.  

 

불교에는 많은 수행법이 있지만, 핵심적인 방법은 집중과 통찰의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사마타 또는 지(止)가 집중을 말하고, 위빠사나 또는 관(觀)가 통찰을 말한다.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한 상태가 사마타이자 선정(禪定)이라고 하고, 몸과 마음의 경험을 변하고, 불안전하며, 고정된 실체가 없다고 있는 그대로 통찰하는 것이 위빠사나이자 지혜(智慧)라고 한다.

 

마음이 한 대상에 집중되면 이완 반응이 일어난다. 이완 반응이란 스트레스 반응과 대비되는 말로 마음과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말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편안하게 앉아서 자연스런 호흡을 느끼는 것이다. 호흡에 주의를 기울여 있는 그대로의 호흡을 마음 챙겨 알아차리게 되면, 마음이 집중되면서 내부와 외부의 자극에 대한 신경증적인 반응이 가라앉게 된다.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마음집중은 자애명상이다. 자애심으로 마음의 분노와 짜증을 이겨내는 힘을 기르는 명상이다, 자신과 모든 생명, 그리고 고마운 분, 존경하는 분, 사랑하는 사람들, 중립적인 사람들 마지막으로는 싫거나 미운 사람에게까지 그들의 행복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길러내는 명상법이 자애명상이다. 마음속으로 “내가, (또는 모든 존재가, 고마운 분들이, 내 가족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기를”이라는 자애의 문구를 진심으로 반복하면서 조건 없는 사랑과 친절한 마음을 길러나간다. 

 

마음속에서 이 간단한 문구를 그 의미를 깊이 음미하면서 반복하면, 내 마음 안에 사랑과 친절의 공간이 마련되기 시작한다. 타인을 위해서 일으킨 사랑과 친절의 마음이 나 자신을 먼저 보호해주게 된다. 마음속에 쉼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쉼터는 만들어진 것이기에 노력을 하지 않으면 다시 사라지고 만다. 따라서 지속적인 명상이 필요한 것이다.

 

지혜를 계발시켜주는 마음 챙김 명상은 원리적으로는 더 간단하다. 현재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집착도 분노도 내려놓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현재의 심신의 경험을 깨어있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때, 마음은 과거의 사건이나, 미래의 일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지금-여기의 삶이 회복되면 마음은 명료해지고, 평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명상을 통한 마음의 훈련으로 마음의 쉼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경험해보기 바란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인드라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