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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식문화와 음식에 관하여 |
| 글쓴이 : 이정호
날짜 : 06-06-19 00:50
조회 : 3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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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번 마성스님의 글을 읽었다. 이 글을 통해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와의 육식에 관한 차별성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다분히 불교내적인 요소 이외에도 사회역사적 종교로서의 불교가 시대의 문화속에서 읽어야 함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2. 초기불교에 있어서 불교의 '식문화'는 걸식이었다. 따라서 이때 중요한 것은 '법을 주고 밥을 얻는' 것이었다. 여기서 식문화에 있어서의 중도적 입장은 '너무 까다로워 대중과 함께하지 못하거나, 방일하게 걸식하는 류(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일곱집을 돌면서 탁발하여 오전중에 한끼의 식사로 만족해야 함을 가르치셨다)를 잘 극복하는 것이었을지 않을까 싶다.
세존 당시, 음식에 있어서 '비린 것(즉 금해야 할 것)은 고기와 생선이 아니라, 악행을 짓는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음식은 다만 수행에 필요한 몸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위상이 정립되어 있었고, 이를 획득하는 행위도 또한 수행의 방법론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이때 식문화는 하나의 수행의 연장으로 정확히 정립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3. 대승불교에서의 식문화는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의 사상을 주장한 범망경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일체중생에 동물을 포함시키면서 내재화 되었다. 이러한 대승불교의 사상은 '불살생과 육식'의 모순에 대하여는 훌륭한 극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일체중생에 있어서 식물의 희생에 의한 '수행자의 생존'에 대하여는 효과적인 대응이 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방안은 다른데서 나올 수 있었다. 이는 음식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태도는 담마간다 스님의 정리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
"고기를 먹는 불교도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불교도들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살아있는 존재(有情)는 음식물이 필요하다.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은 음식물을 자기 몸에 공급해 주어야만 한다. 그 음식물은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부(富)가 증가한 결과, 점점 더 사람들은, 특히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에서는 단순하게 자신들의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먹는다.
만일 어떤 사람이 어떤 종류의 음식이라도 간절히 바라거나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동물을 죽인다면,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사람이 탐욕 없이 먹거나 직접 죽이는 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단지 육체적인 몸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그는 스스로 자제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음식물에 관해 '미각'의 추억을 따를 것인지, 혹은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위치지을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정하는 문제인 것이다.
4. 마성스님은 이 논문을 통해 '육식문제'에 관해 독자들로 하여금 적어도 두가지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는 '육식의 문제'가 세존에게 있어서는 '식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근거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대승불교에 있어서도 그것의 제한이 '불교의 교리'에 근거하기 보다는 당시 '바라문'들의 육식금지문화와 당시 시대대중들의 요청에 따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생겨난 것이라는 면이다.
5. 그러면 오늘날 이제 '육식은 자유롭게!' 혹은 '음식문화에 있어서 육식은 중요한 기준이 아냐!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을까?
육식에 관하여 볼 때, 적어도 '먹는 자'가 그것을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생각하며 먹고, 그것을 공급하는 자도 경제적인 값어치만 셈하고 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하나 남는 것이 있다. 그 고기가 바람직하게 사육되고, 바람직하게 유통되고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오늘날 적어도 여러 분야의 뜻있는 분들에 의해 제기된 것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고기는 바람직하게 사육되지 않는다.
첫째, 육식문화는 서양의 오랜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러한 육식문화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의 목초지는 자국의 주곡대신 부자나라 사람들의 미각을 채우기 위해 경영되어진다는 사실이다.
둘째, 고기 100그람을 통해 우리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곡물 800그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800그람의 곡물을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산림이 베어진다는 것이다.
셋째, 육식문화가 퍼지면서 그 수요를 채우기 위해 농장들은 규모가 커지게 되고, 비윤리적인 가축공장들에서는 온갖 형태의 항생제가 필요하게 되었으며, 강제적인 알낳기, 살찌우기 등이 만연해 가고 있다.
(최근 제인구달여사의 '행복한 밥상'이나, 노르베리 호지여사, 메완호여사, 반다나 시바여사 등의 책을 살펴보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분들이 다 여성분들이라는 것도 재밌다.)
6. 어쩌면 이런 이유들로 인해 지금의 시기가 과거의 시기보다 더 훨씬 육식과 관련한 태도를 정하는 것이 절실한 싯점이 아닐까 싶다.
현재의 육식문화에 대한 시급한 사실인식이 절실한 싯점이 아닌가 한다. 현대사회에서 육식의 문제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매우 잘 아는 것에서부터 태도를 정해나가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
육식문화가 보편적인 인간의 음식문화로 되어가는 연유와 그러한 '문화'를 지탱하기 위해 희생되어지는 다수의 시대대중과 자연물들에 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일을 게을리 하는 '음식에 대한 명상'이 과연 의미있는 '수행'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지금시기 '육식에 관해 가져야 할 태도'는 '불교적으로 중요한 것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끌어내는 것 보다는, 지금시기 불교적으로 중요한 것은 '육식문화에 대하여 잘 알고 태도를 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7. 그리고 아직도 남는 것은, 그러면 채소와 과일 등 식물에 관하여는 우리가 괜챦은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의문이다.
지금시기 우리의 '식물 먹을거리'도 또한 바람직하게 재배되고, 유통되고 있지 않다.
수많은 농약과 재초제에 의해 땅을 오염시키고, 땅을 수탈하면서 그 것이 재배되고 있다. 그리고 각종의 유전자조작에 의해 희생된 씨앗들이 땅에 뿌려지고, 우리들 밥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실상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것도 또한 불교적으로 옳지 않는 것이 명확하지 않는가?
8. 지금시기 우리는 육식문화가 가지는 문제점에 대하여 주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현대사회의 우리들의 에너지인 음식일반이 만들어지고, 밥상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하여 잘 아는 일로 문제의식을 확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대사회의 음식은 식물군과 동물군 둘다 대단히 문제가 있는 방식으로 재배되거나 사육되어진다. 그 문제점은 인체의 건강에 해로운 화학약품이 들어가는 것이고, 땅을 파괴하는 방법이고, 농촌공동체를 파괴하는 방법이고, 태양에너지 대신 석유에너지에 의존하여 지속가능한 농업이 아닌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의 수송도 소위 자유무역이라는 방식으로 너무나도 먼 거리를 돌아오기에, 수송과정에서 음식물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수송에 드는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붓게 하는 수송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소위 '외국산친환경농산물'이라는 것도 이 과정에서 그것의 친환경성이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육신을 지탱하는 기초 에너지원이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공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의 중요성에 대하여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 이것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전도몽상으로 삶을 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문명을 새롭게 열고자 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06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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