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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한다는 것은 뭘까? |
| 글쓴이 : 이정호
날짜 : 06-06-19 01:19
조회 : 3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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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한다는 것은 뭘까?
1
20대에도 나는 일을 했다. 일이라는 것이 주로 대중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일정한 의미를 부여하고 무언가를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대중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뭔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준비할때는 '어떤 의미여야 할까?' '관성적이고 반복적인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안오면 어쩌지?' 뭐 그런 심정이 깔려있는 '긴장된' 상황이 반복되곤 했다.
그런 긴장감은 대중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열심히' 일을 하는데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과도한 긴장이 사람을 딱딱하고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된다.
다행히 일이 효과적일 경우 그나마 그 일은 나에게 얼마간의 위안감은 주었다. 그러나 그것의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나는 완만하게 피로를 쌓아갔다. 그 완만함은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후 그것은 몸과 마음을 멍들게 했다는 것을 느꼈다.
2
30대에도 여전히 나는 일을 했다. 이때는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진행했다. 사상을 바꾸고 그에 맞추어 사업방식과 여러가기 방법론의 다름에 대하여 사고했다.
30대의 나는 약간의 후배들과 함께 일을 꾸리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하나의 어려움이 생겼다. 나의 경험과 식견에 비추어 봤을때 후배들이 저렇게 일을 하면 답이 훤하게 보이는 경우가 꽤 많아졌다.
사람의 욕심은 같아서 자신이 관계하는 일이 '보기에도 좋고' '느끼기에도 좋길' 바라는 모양이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언뜻 언뜻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소견머리'에 끼워드는 경우가 많다. 좋게 말해서 끼워드는 것이고, 심하게 표현하면 '인생'에 태클 거는 것이 허다하다.
그것이 '경험'이라는 이름으로건, '선배'라는 이름이건, 무슨 직책이라는 이름이건 그것은 마찬가지다. 사실 이것은 꽤 큰 괴로움을 준다. 받는 사람이건 주는 사람이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생겨난 버릇이 '감수하기'라는 것이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도 함께 일하다 보면 드러나는 결과가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감수할 수 있는가? 라는 물음을 물었다. 그래서 감수했더니 그만그만하게 견딜만 하게 되었다. 그래도 남는 문제는 무엇이 나에게 '최선을 다했다라는 만족을 줄 수 있는가?'라는 것 정도였다.
3
지금도 나는 일을 한다. 오늘도 나는 여러가지 '경험'과 '직책'과 '일머리'라는 것을 이유로 간섭을 한다. 나아닌 모든 이들에게 '인생의 태클'을 건다. 수시로 건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이들은 나의 태클에 대하여 너그럽게 봐주고 있다.
어디 그것이 비단 사람에 한정되겠는가? 지금 나의 타자기에 접하는 손가락 하나하나의 움직임은 그때마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때마다 삼라만상은 나에게 말한다. '애고애고 내가 비록 힘들지만 너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동의한다' 그렇게 세상은 움직여가고 있지 않은가?
나의 들숨과 날숨 그리고 걸음걸이와 움직임 모든 것이 세상의 동의와 찬탄이 없으면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가 아닌가 싶다.
일을 한다는 것은 이런 고마움을 온전히 표현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어차피 어울려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나와 세상에 대한 관계성에 대하여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세상이 나와 경쟁하는 존재라면, 나아가 세상이 나에게 덤벼버린다면 내가 어찌 살 수 있겠는가?
오늘도 나는 일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무엇을 주고, 무엇에 사람들이 동의를 하고 그런 것이 아니다. 다만 나는 고마움을 전하기 위함이다. 오늘 그것이 서투른 것은 순전히 나의 탓이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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