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FTA
                                                  이향민/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처장

지난주는 인드라망운영위 회의차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그곳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작은학교 아이들은 학부모님께서 보내 주신 ‘우리는 대한민국 입니다’ 라는 글씨가 예쁘게 쓰인 빨간 유니폼을 입고 다니고 있었고, 산내들 어린이집 아이들은 ‘레드데이’ 라고 해서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좋아하더군요. 

축제라고 하면 이쯤은 돼야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월드컵에 쏟아지는 관심과 사랑은 말로 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그냥 보여 집니다. 몸과 마음이 일치하고 너와 내가 한마음으로 어울리는 신명나는 축제. 이해관계를 빼 버린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월드컵 즐기기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한미FTA 제 1차 협상이 워싱턴에서 끝났고, 이제 2차 협상이 7월부터 서울에서 열립니다.
정부는 2007년 3월까지 협상을 마무리 하려는 목표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FTA가 체결되면 농업, 노동, 교육, 문화, 의료, 금융, 환경, 공공분야 등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FTA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선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에선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국민들은 따라오라는 식의 홍보만 합니다. 먼 훗날까지 미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전 국민의 뜻을 모아 가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데 정부는 사실을 숨기기 바쁘고 언론은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인이 주인노릇을 못하면 집안이 어려울 뿐 아니라 삶이 피폐해지기 쉽습니다. NAFTA 이후 12년간의 멕시코 국민들의 삶을 그린 방송을 봤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될 것 같아 우울해 지더군요.

중국의 묵가(墨家) 사상에는 반전평화에 대한 관점을 잘 드러낸 말이 있습니다. “나쁜 평화가 없듯이 좋은 전쟁은 없다”는 것입니다. 강대국의 이해관계로 삶의 방식을 재편하는 FTA는 어쩌면 좋은 전쟁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한경쟁시대의 현대사회를 총칼 없는 전쟁터라고 합니다. 약자에 대한 연민과 배려보다는 강자중심의 질서로 재편을 요구하는 FTA 협정은 돈으로 모든 걸 환치하는 자본주의 속성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입니다. 이런 삶의 조건 위에서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나와 다름에 대한 이해심, 세상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을 갖기가 더욱 힘들어 질것입니다. 이런 질서로 가는 것은 삶의 진실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가 월드컵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 듯이 한미FTA도 한바탕 축제의 장으로 바꿔볼수는 없을까요. 온 국민이 참여해서 만드는 토론의 장, 때때로 열띤 토론으로 얼굴도 붉히고 한쪽에선 술 한 잔 하면서 지혜도 모아가고, 사안 사안을 내 삶과 연결시켜 생각도 해 보고, 대한민국이 처한 이중성에 대해서도 성찰해 보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재미라는 것은 내가 마음을 그곳에 챙길 때 생기는 것입니다. 월드컵에 챙겼던 마음을 한미FTA로 맞춰 보면 어떨까요.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삶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 갑니다.  간디 선생님이 구체적 실천으로 물레를 돌렸듯이 인드라망인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