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망 소리방
6월 즉문즉설- 답변: 도법스님(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정리: 김귀옥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운영위원) 인생살이의 짐을 줄이고 싶다면 질문 : 스님 쓰신 책에서 읽었습니다. 스님께서 출가하시고 2년 뒤,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듣고 ‘나는 출가한 사람이니 갈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스님의 나이가 어렸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실지 궁금합니다. 답변 : 출가자는 세속과 인연을 끊어야 하는 것이 절집의 불문율처럼 되어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집에서 왔으면 좋겠다고 하면 가겠죠. 한 3년 전 쯤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형님이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데, 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출가한 스님이기 때문에 집안일 신경 쓸 것 없다는 판단이었을 겁니다. 어머니가 생을 마감하고 떠나시는 내용을 보면 너무 좋습니다. 어머니와 형님이 함께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생을 조용하고 소박하게 정리하자’고 하셨답니다. 그래서 손자 손녀와 형님 내외만 모여서 장례를 치렀다고 합니다. 그 분이 돌아가신 모습은 마치 타던 불이 사그라들 듯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돌아가셨습니다. 떠나는 분도 자연스럽게 떠나고, 보내는 사람도 소박하고 단출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돌아가신지 삼일 만에 출상을 했는데 가족들이 방에서 시신 모셔놓고 함께 생활했다고 해요. 손자들이 할머니 얼굴이 너무 예쁘고 평화롭다고 했답니다. 형님과 형수님은 독실한 불교신자인데 어머니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부처님의 가피를 받았다’는 말씀을 하더군요. 우리 어머니는 시골 할머니로 농사짓고 평생 염불하고 사신 분인데, 그야말로 죽음도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구나, 아름다울 수 있구나, 홀가분할 수 있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저에게 큰 선물을 주고 가셨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을 마감하시는 모습을 보인 것이 우리 집안의 큰 자랑거리이지요. 저는 불교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수행자인데, 우리 어머니처럼 평화롭고 아름답게 인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됩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지금의 풍토처럼 이렇게 죽음의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야 하냐는 겁니다. 진지하게 다루는 것과 심각하게 다루는 것은 다른 문제이죠. 스콧 니어링은 ‘죽음이 미지 세계의 여행을 가듯 설레고 동경 된다’ 고 했습니다. 그래서 죽음에 임박했을 때, 자기의 장례식을 신부나 목사의 기도 없이, 평소에 입었던 옷을 깨끗이 빨아서 수의로 쓰고, 시신은 화장해서 평소에 가꿨던 나무에다 거름을 주듯 재로 뿌렸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죽음의 문제를 이렇게 다루고 마무리하면 인생살이에서의 많은 짐을 내려놓지 않겠습니까? 홀가분하지 않겠습니까? 질문 : 제 6살 조카가 저에게 한 질문입니다. 지난 부처님 오신 날에 조계사를 다녀오면서 ‘부처님이 어디 있어’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 모두는 부처님이야, 그리고 모든 것이 부처님이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럼 냉장고도 부처님이야?’하고 묻더군요. 순간적으로 머뭇거리면서 ‘냉장고도 부처님이지 않을까’했는데,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대답 : 화엄경에서는 두두물물 부처 아닌 것이 없다, 존재 하나하나가 거룩하다고 합니다. 세주묘엄품에 ‘화장세계는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여기서 말하는 황금은 존재가 가지는 귀함의 다른 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물’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존재를 존재하도록 하기 때문에 귀하고 고마운 것입니다. 물 자체가 귀하고 고마운 측면도 있지만, 물이 다른 존재들을 존재해주기 때문입니다. 내 아들 딸의 생명을 건강하게 하고 행복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물이 귀하고 고마운 거죠. 이렇게 귀하고 고마운 존재를 거룩하다고 하는 겁니다. 이런 측면으로 보면 냉장고가 내 아이들을 공부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만드니 거룩하고 고마운 존재지요. 이 거룩하고 고마운 존재를 부처라고 해로 괜찮지 않겠습니까? * 본문내용은 즉문즉설 중 일부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더 자세한 즉문즉설 내용은 위 음성 파일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