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차 >
|내가 만난 도법스님|
생명평화 그리고 사람 / 수경 화계사 주지
쇠鐵나무에 꽃이 피리라 / 김민해 남녘교회 담임목사
길 위에 서다
흐르지 못한 시간들
사람의 길은 없었다.
아침바람 저녁바람
새들의 마지막 노래
일등 바보들, 가난한 부자들
생명의 그물
느티나무 울음
뒤따라 뒤질세라 덩달아
몸날 찰나의 햇살
엎드려 학살의 땅에 입 맞추다
빗방울 화석이 말했다
|순례기를 마치며|
처음엔 당당하고 끝은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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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도법스님께 말씀을 얻으러 갔다. 새 천년으로 막 넘어온 2001년이었다. 지리산 자락에 앉아 있는 실상사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산길을 오르다 보니 홀연 넓은 평지가 나타났다. 그곳에 도무지 절 같지 않은 절이 서 있었다. 육중한 대웅전과 선명한 단청을 연상했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경내는 고요했고, 꽃들만이 웃고 있었다. 1200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는 석탑에는 시간이 멈춰서 고여 있는 듯했다. 불사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인간들이 들어서야 비로소 절집이 되는, 그런 편한 모습으로 고찰은 서 있었고 그 안에 스님이 있었다.
부처님오신날 무엇을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침이면 해 뜨고, 저녁이면 달이 뜨니 별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왜 불지들이 스님을 성철, 서옹, 원효와 함께 존경하는 스님으로 꼽았느냐고 묻자 “고민할수록 하찮은 존재이니 그저 웃을 일이다”고 했다. 군더더기가 없는 실상사처럼 스님에게서는 어떤 욕심도 붙어 있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2004년 3월 1일, 다시 스님을 취재할 일이 생겼다. 스님이 생명평화 탁발순례단 단장을 맞아 산문을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상사 주지 자리도 내려놓고 수경스님과 길을 나서는 스님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울림이었다. 온 나라의 모든 고을을 찾아가 빌어먹는 탁발순례. 생명평화를 얻지 못하면 죽겠다는 결연함. 무엇이 스님을 저토록 간절하게 했을까. 스님과 함께 걷고 싶었다.
하지만 드문드문 내려가 슬쩍슬쩍 순례단원이 되었다. 스님은 한결같았다. 어떤 질문을 받고, 어떤 경우를 당하더라도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초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누구를 맞이하건 처음에는 당당했고 끝은 평화로웠다. 스님은 깨달았으면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부처님도 길에서 길을 찾았다고 했다. 옳은 길이면 주저 없이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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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기를 마치며 중에서...)
2008년 / 김택근 / 도서출판 들녘 / 11,000원